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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힘이 세다

중용-인간의 맛




 우리가 알고 있는 사서(四書, 논어/맹자/대학/중용)중의 하나로 알고 있는 중용은 공자의 손자로서 역사적 존재성이 확실한 자사(子思)라는 대사상가에 의해 지어진 역저라고 한다.(작가)

 

도올 선생은 현재 대한민국은 천하위공(天下爲公)이 아닌 천하위가(天下爲家)의 세태를 표출하고 있다고 말한다. 천하위가의 세상은 "세상사람들이 각기 지 애비에미만 애비에미로 여기고, 지 자식만 자식으로 여긴다. 재물이란 재물은 모두 자기 한 몸만을 위해서 저축하고, 힘들 일은 자기가 하지 않고 남에게 넘겨버린다" 라고 한다. 한마디로 모든 사람들이 공적인 가치를 실현하며 서로 돕고 서로 나누며 서로 인정하고 서로 감시하지 않으며, 균등한 기회를 향유하는 '대동사회(大同社會)의 반대되는  재앙사회라는 것이다.

  

논어가 13,700여자인데 중용은 3,560여 자이다. 논어는 한 사람에 의한 단일한 편찬일 수 없으며 시대적으로도 긴 시간에 걸쳐 축적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비하면 중용은 한 사람에 의한 단일한 저작으로서 기원전 5세기 중립에 성립한 것이다. 따라서 중용은 자사(子思)라는 탁월한 사상가가 공자의 언행을 철학적 테마를 표방하는 시스템으로서 규합하여 하나의 사상운동으로서 제시한 것이다. (p49)

 

결국 중용이란 그 심층구조에 있어서는 '절제(temperance, moderation)나 '신중(prudence)를 의미하는 것이다.(p72)

 

공자는 군자와 소인을 가를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개념이 바로 '중용'이라고 언명한다 중용을 실천하면 군자이고, 중용을 실천하지 않으면 소인이라는 것이다. (p101) 즉, 공자의 중용은 '시중(時中)'이고 소인의 중용은 무기탄(無忌憚)이다.(p102) 여기서의 기탄이란 거리낌이고 거리낌이란 신중함일진대 무기탄 하다는 것은 거리낌이 없고 신중함이 없다는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소인배들이 하는 짓이라는 것이다. 군자이시중(君子而時中) 소인이무기탄(小人而無忌憚)(p106)

 

인간과 신의 분열이 없고, 인간과 자연의 분열이 없는 상태에서의 '걱정'이란 무엇인가? 입에 풀칠 못하는 것을 걱정하고, 이쁜 새악씨 못 얻을까 걱정하고, 벼슬하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고, 가계에 명예로운 이름을 남기지 못할 것을 걱정하는 것일까? 이런 걱정은 '우환'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것은 소인의 근심일 뿐이다. 그렇다면 우환이란 무엇인가? 우환이란 반드시 대인의 우환이다. 대인의 우환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성인이 되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요, 배우지 못할 것을 걱정하는 것이요, 덕을 닦지 못할 것을 걱정하는 것이요, 천지가 바르게 자리잡지 못할 것을 우려하는 것이요, 만물이 잘 자라나지 못할 것을 우환하는 것이다.(p124)

 

시저기이불원(施저己而不願)역물시어인(亦勿施於人) 자기 자신에게 베풀어 보아서 원치 아니하는 것은 또한 남에게도 베풀지 말라는 뜻이다.(p197) (Whatever you wish that men would do to you, do so to them."

 

윗자리에 있을 때는 아랫사람을 능멸하지 아니하며, 아랫 자리에 있을 때는 윗사람을 끌어내리지 아니한다. 오직 자기 자신을 바르게 할 뿐, 타인에게 나의 삶의 상황의 원인을 구하지 아니 하니 원망이 있을 수 없다. 위로는 하늘을 원망치 아니 하며, 아래로는 사람을 허물치 아니한다. (p203) 在上位, 不陵下, 在下位, 不援上, 正己而不求於人, 卽無怨, 上不怨天, 下不尤人

 

자기를 바르게 하면서 나의 삶의 모든 책임을 타인에게서 구하지 말아야 한다.
(正己而不求於人) p205

우리가 역사를 바르게 알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바로 그 사람의 뜻과 일을 바르게 알고, 계술하려는 데 있는 것이다. 하나님이 역사를 만들어 주지 않는다. 역사는 시간이 만든다. 그러나 시간은 거저 흘러가는 물리적 시간이 아니라 생명의 선업이 축적되는 시간이다. (p242)

 

나라는 존재는 유구한 생명의 연속의 한고리라는 자각, 그리고 나의 선업이 후세의 인간세의 복지를 가져온다는 이 과거-현재-미래의 연대감이야말로 인간이 존속하는 의미이며, 그것이 곧 제사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이장은 웅변하고 있다. (p244)

 

남이 한번에 능하거든 나는 백번을 하며, 남이 열번에 능하거든 나는 천번을 하여라. 과연 이 호학역행의 도에 능하게 되면, 비록 어리석은 자라도 반드시 현명해지며, 비록 유약한 자라도 반드시 강건하게 될 것이다. (p257)

 

천리마는 하루에 천리를 간다고 뽐낸다. 그러나 조랑말이라도 열심히 가기만 하면 열흘이면 같은 목적지에 너끈히 도달할 수 있다. (p267)

 

서양의 삼위일체는 성부(Holy Father), 성자(Holy Son), 성신(Holy Spirit)인데, 우리 전통속의 삼위 일체는 하늘, 땅, 인간이다. (p291)

 

맹자도 인간의 경지는 6단계가 있다고 했다. "선인(善人) → 신인(信人) → 미인(美人) → 대인(大人) → 성인(聖人) → 신인(神人)"이라 말하였다. (p295)

 

조선의 자연은 너무나 아름답다. 지진이나 해일의 피해를 적게 받는다. 이렇게 안정된 자연속에 살면서남한과 북한이 으르렁거리며, 싸우고 있는 현실은 너무도 가소롭고 부끄러운 것이다. (p315)

 

중용-인간의 맛은 도올 선생이 각장의 총체적 의미를 우리 삶의 통찰 속에서 자유롭게 전개 한 것이다.33장에 이르는 각 장별로 그 뜻을 새롭게 재해석하여 지금에 비추어 반추해 봐도 어느 것 하나 쉽게 버릴 만한 것이 없다. 삶에 대한 태도, 현세 속의 자리 매김, 사람으로서의 자세, 또한 우리가 처한 현실등에 대한 올바른 시각 갖추기 등 모두가 하나하나 살아가는 데 있어서 소중한 바탕들이라 할 것이다.

 

마지막 장에 언급된 군자의 도가 말 그대로 맺음말로서나 기억해둬야 할 우리의 경구로서도 손색이 없다. "군자의 도(道)는 언뜻 보면 어두운 듯 하지만 날이 갈수록 찬연하게 빛나며, 소인의 도(道)는 언뜻 보면 찬란한 듯 하지만 날이 갈수록 빛이 사라진다. 군자의 도(道)는 맛이 담박하지만 싫증나지 않으며, 간결하지만 치열한 질서가 있으며, 온화한 빛이 흐리게 감돌지만 그 내면에 정연한 조리가 있다. 아무리 먼 것도 가까운 데서 시작함을 알고, 아무리 세찬 바람도 이는 곳이 있음을 알고, 아무리 미세한 것이라도 그것이야말로 잘 드러나는 것임을 안다면 나아가 덕(德)을 닦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