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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나홀로 여행 : [박경리 '토지']의 고향 하동 평사리 최참판댁




[한민족의 위대한 서사시 토지]

 박경리의 소설 <토지>는 25년에 걸쳐 완성된 대하소설로서 4만매의 원고지에 6백만자로
이룩된 우리 문학 최대의 작품이다. 

 그것은 갑오동학 농민전쟁으로 말미암아 수백 년간 유지되어 온 봉건질서가 뿌리부터 흔들리기 시작한 한말의 혼돈에서 시작하여 일제의 식민지를 거쳐 해방에 이르기까지 60여 년을 관통하고 있으며,
공간적으로는 경남 하동의 평사리 라는 작은 마을에서 발원한 사건들이
지리산, 진주, 통영,서울,간도,만주,일본,중국등지로 활동 무대를 확대하면서 줄기와 가지를
뻗히고 있는 거목이다.

 이러한 외적인 양상은 그 규모만을 가지고도 경탄을 자아낼 수 있는 것이지만, 그 크기는 작품속에 마련된 정신적 세계의 넓이와 깊이 그 풍요함에 비하면 족히 거론할 만한 것이 못된다.

 <토지>보다 더 광활한 시공간을 무대로 하는 작품을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고 실제로 더 큰 규모의 작품이 여러 나라에 있지만 그것들이 펼쳐 보여 주는 정신세계가 <토지>처럼 우리들 삶의 양식이 되는
풍부한 자양과 삶의 지표를 온축하고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또한 <토지>는 규모의 면에서 대작일 뿐만 아니라 한민족이 스스로 위대한 존재로 일구어낸
조선 근대 역사를 장대한 스케일로 화폭에 담은 민족의 서사시
이며,
그 자체가 사상적으로나 예술적으로 아름답고 풍요하며 장엄하고 위대한 작품이다.

 바로 이곳이 소설 <토지>의 근간이며 뿌리인 곳이다.
 ...........................................한국문학의 관계론적 이해(최유찬 연세대 교수) 중에서
 


[평사리 탐방]

" 솔직히 말해서 그동안 나는 <토지>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다. 생각하는 것도 말하는 것도 지겨었고 부담스런 짐을 부리고 싶었다"로 저자 서문을 대신한 작가 박경리 선생. 25년여에 걸친 집필기간을 생각하면 너무나 솔직한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보통사람으로서는 감내하기 힘든 고난의 시간이었을 터이다.

 1994년 8월 15일 새벽 2시 대하소설 {토지}를 탈고. (마흔셋이던 69년 현대문학에 첫 원고가 실림) 강원도 원주시 단구동 자택에서 대단원을 마무리한 박경리 씨는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면서도 "아직도 써야 할 것이 잔뜩 밀려 있는 것 같다."고 하셨던 박경리 선생께서는 올해 5월 5일 타계하셨다.

 사실 토지에 등장하는 인물은 700여명이나 되는가 보다. 해서 독자를 위한 인물사전이 별도로 있을 정도이니. 1부에만도 서른가족 180여명이 등장을 한다.

 그중 평사리에서 주로 등장하는 인물들과 그들의 삶터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은 토지에 대한 접근(하도 예전에 읽었을 뿐만 아니라 무척 복잡한 인간관계등이 얼키고 설켜있어서 쉽게 가닥을 잡기 힘들다)의 수월성을 위해서나 기억을 더듬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감안해서이다.

 가장 먼저 보게 되는 '물레방아' . 섬진강 물 많은 동네이니 물레방아가 제격일 것이다. (예전 나의 고향에서는 사람이 발로서 방아를 찧었었다). 나락 넣고 아낙네들 모여서 수다떨며 방아찧는 그림이 금새라도 이뤄진 듯 모양새를 제대로 갖췄다. 밤이면 이곳에서는 또다른 역사도 이뤄지곤 했을 것이다. 혹시 김환과 별당아씨의 밀회도 여기서 이뤄지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정한조, 석이네>
 " 감히 이 조준구를 무시했겄다. 두고 보자, 이놈 " 평소 눈엣가시처럼 보던 정한조를 의병이라고 거짓 밀고하여 정한조는 억울한 죽임을 당한다.


<야무네집>
 아낙들과 어울려 성실히 일하는 평사리 과부. 말이 많고 가난하지만 욕심이 없고 정이 많아 사람들의
인심을 얻는다.


<강봉기 집>
 속물적이고 엉큼하며 약삭빠른 인물인 강봉기는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지만, 가족에 대한 애정만큼은 깊다. 딸로는 최참판댁 하인 삼수에게 겁탈당하는 두리가 있고, 딸의 장래를 위해 이를 덮어두고 살아가는 두리네가 있다.


<영팔이, 판술네>
"내도 안가고 싶은데 안가고 싶기는 한데 용이가 간다 아이가? "
"당신이 흥이 아베 종이여, 자슥이여. 땅 뺏기면 우짤라꼬 이럽니까? "
... 용이를 따라 죽은 수동이를 묻어주러 가는 영팔과 그를 말리는 판술네.

판술네의 부억 바깥 벽에 걸려 있는 멍석. 이 멍석만 보면 어릴적 마당 한 가운데 콩 타작이나 벼등을 말리기 위해 깔려 있는 것이 생각난다. 물론 멍석말이가 가장 먼저 떠오르기도 하고.


<서 서방집>
 서 서방(서금돌, 운봉 할배)은 평사리의 목청 좋은 노래꾼이다. 보리 흉년으로 유난히 금슬이 좋던 아내가 죽자, 실성하여 노래를 부르고 다니며 걸식한다.  서서방댁은 아들이 돌림병으로 죽은 후,
며느리의 공양을 받지만 흉년으로 굶어 죽는다.


<용이 집>
 용이는 평사리의 상인으로써 월선을 사랑하나, 신분의 차이로 헤어지고 강청대과 결혼한다.
하지만 강청댁과는 정을 못 붙이고 자식도 없이 살아간다.  이용의 본처인 강청댁은 의심과 투기심이 많고,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평생을 살다 돌림병으로 인해 죽음을 맞는다.

"니는 내 목구멍에 걸린 까시다. 왜 그리 몬살았노. 몬살고 와 돌아왔노.
어느 시 어느 때 니 생각 안하는 날이 날이 없었다. " (돌아온 월선을 애타게 그리며)



<김평산 함안댁 집>
 김평산은 거칠고 욕심많은 몰락양반이다. 최참판댁 당주인 최치수를 귀녀와 함께 살해하고
죄가 밝혀져 사형당하고, 나중에 아내인 함안댁의 자결이 뒤따르게 된다.



<김훈장>
 "선비란 자고로 자신에게 이롭다 하여 검은 것을 희다 할 순 없지요"
 "통분, 통분. 이런 일이 오데 있을 꼬. 임금이 도적들에게 그 자리를 빼앗기다니.
  임금이 없는 나라가 어디 있으며 "



[최참판댁 탐방]
  
<최참판댁 전경>
이 집에 들어서자 마자 이 집을 거쳐간 주요 인물들이 떠오른다.
한 역사를 살다간 사람들과 지금의 우리...

최치수
최참판댁의 당주로 신경질적이고 잔인하여 방약무인한 인물이다. 귀녀의 
               음모를 눈치채고 강포수와 결혼시키려 했으나 김평산에 의해 살해된다.

윤씨부인
참판댁의 안주인이며 최치수의 어머니로 김개주에게 겁탈 당한 후, 
                   죄책감으로 괴로워한다. 조준구의 장기 거주에 불안을 느껴 비밀리에 서희
                   에게 금,은괴를 남겨두고 호열자로 죽는다.

 최서희
최치수와 별당아씨의 외동딸로 최씨 집안의 마지막 핏줄이다.
조준구에게 재산을 빼앗기고 용정으로 가서 부를 이룩한 서희는 자기 주장이 강하고
               기상이 센 성격의 여인상이었으나, 후에 정감있는 어머니 상으로 변한다.

 김길상
고아 출신으로 연곡사 우관스님의 보호아래 자랐으며 서희의 몰락과정에서
                그녀를 끝까지 보호한다. 2년의 감옥 신세를 지고 진주에 은둔하여 동학당
                조직을 재건하려 하나 좌절하고, 원력을 모아 관음탱화를 완성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정리한다.




<초당과 초당으로 가는 대나무 숲 사잇길>
 평산이 최치수를 살해한 그 장소인 초당. '평산은 초당 층계를 더듬고 발소리를 죽여가며
최치수앞을 향해 갔다. 그림자도...'



<사당>
 "나으리 나으리 소인 삼수올시다. 나를 믿고 대답하소 ..."
 " 사...살려주시게! 목숨만 살려주시게. " (조준구가 사당 마루바닥에 숨어있던 중)



<사랑채>
 바깥주인이 외부 손님을 맞이하는 등 거처하던 곳.



사랑채에서 난 사이문을 통해 본 행랑채



<안채>
 최씨 집안의 안주인인 윤씨부인(최치수의 모친)은 절에 불공을 드리러 갔다가 후에 동학의 접주가
되어 처형당하는 김개주에게 겁탈당하여 김환(일명 구천이)을 잉태하게 된다.
윤씨부인은 나중에 마을을 휩쓴 콜레라(호열자)로 죽게되며 이때부터 조준구의 최씨 집안 재산
강탈이 본격화된다.




<별당>
 " 모조리 다아 잡아가라지. 하지만, 나는 안 될 껄. 우리집은 망하지 않아.
여긴 최씨 최참판댁이야! 홍가 것도 조가 것도 아냐! 아니란 말이야.
만의 일이라도 그리 된다면 봉순아?
땅이든 집이든 다 불 속에 쳐넣어 버릴 테야. 난 그렇게 할 수 있어.
찢어죽이고 말려죽일 테야. 내가 받은 수모를 하난들 잊은 줄 아느냐? " (토지 1부 중)
와 같이 별당 내실에서 봉순이에게 강단있게 말하는 서희의 모습이 방금 전의 일이듯
별당은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나에게 있어서 '토지'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서희'였다.
토지 그 자체가 '서희'라고 할 만큼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역사의 격동기, 한 집안의 파란만장한 부침을 온 몸으로 맞으면서도
기개와 절개를 잃지 않는 강단있는 여인네 그러면서도 자애로운 어머니' 의 모습.
그 '서희'가 지내던 그 곳을 보니 정말 가슴이 벅차오른다.




<또다른 토지를 기대하며>
 이곳 평사리에 있는 토지 문학관(왼쪽 그림)외에도 고 박경리 선생의 얼이 서려 있는 강원도 원주의 박경리 문학공원과 토지 문화관(오른쪽 그림)이 새로운 문화,관광 명소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한다.
(한겨레 신문 1월 1일자 : 박경리와 '토지'... 시들지 않은 인기  기사 참조 )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문학관등을 찾아보면 좋을 것이다. 
문학과 그 현장의 만남은 책속에서 주는 감동과는 또 다른 맛을 얻을 수 있으니.

"이야기가 있는 'Storytelling'식의 관광 Site의 개발과 탐방문화의 확산" 
무엇보다 이런 놀이문화가 널리 퍼졌으면 한다.
특히나 가족 아이들과 함께 탐구심을 가지고서 한 주제에 대해서 몰입하다 보면
평소 놓치고 있던 것들에 대한 가치를 재 발견할 수도 있고
작은 것에도 새로운 시각으로 감사할 수도 있음은 물론이다.

 한 걸음 정도 여유있게 가는 법.
특히나 '부자되라'는 물질 중심으로 채워지고 있는
우리네 현재의 삶에서 보면 더더욱 필요하리라.  

먹고 마시고 단순한 유흥으로만 끝낼 것이 아니라 '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도 삼는
그런 여행이 앞으론 대세가 될 것이고 난 그 발을 먼저 떼고 있다고 생각하며
평사리를 떠났다.

 [081225(목) 이동경로]
    → 자연산장 출발(08:00) → 삼성궁(08:30~10:00) → 19번 국도 
    → 하동 최참판댁(11:10~13:00)
    → 악양(13:30) → 19번 국도 → 하동 IC → 진례 IC(15:00) → 김해 봉하마을(15:30)
    → 봉화산(16:00~17:10) → 김해 (18:00)

※ 토지의 줄거리 ※ 

 
<제1부>
구한말인 1897년 무렵, 경상도 하동의 평사리에는 5대째 지주로 군림하고 있는 만석꾼 최 참판 댁을 중심으로 농민들인 마을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최씨가의 유일한 혈육인 어린 서희는, 엄격하면서도 자애로운 할머니와 무서운 아버지 밑에서 하녀 봉순이를 동무하며 자라고 있고, 머슴으로 들어온 구천이는 무언가 많은 고뇌와 비밀을 간직한 것처럼 보인다.

구천이는, 최 참판 댁의 정신적 지주인 윤씨 부인이 청상의 나이에 남편을 잃고, 훗날 동학당 접주가 되어 사형당하는 김개주에게 겁탈당하여 낳게 된 아들 '환'이다. 아버지를 따라 동학당에 참가했던 환은 몸을 숨기기 위해 구천이란 가명으로 최 참판 댁에 찾아든 것이다. 그는 자신의 출생과, 이복형인 최치수의 부인 별당 아씨와의 사랑으로 괴로워하다가 결국 별당 아씨와 함께 지리산으로 도망친다.

자의식이 강하고 냉정한 최치수는 어머니를 감싸고 도는 비밀을 알기 위해 몸부림친다. 또한 재종형 조준구와 어울려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성적 무능력자가 된다. 그는 조준구가 구해 준 총으로 구천과 별당 아씨를 찾기 위해 지리산을 헤맨다. 별당 아씨는 환의 품에서 숨을 거두고, 환은 연곡사 우관 스님에게로 돌아간다.

자신의 신분에 큰 불만을 품고 있던 하녀 귀녀는 최 참판 댁의 씨를 얻으려 최치수에게 접근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다. 그러자 그녀는 김평산과 음모를 꾸며 칠성이와 강 포수에게 몸을 허락하여 씨를 받는다. 최치수가 성불구자임을 모르는 귀녀는 강 포수의 출현으로 일이 틀어지자 김평산으로 하여금 최치수를 살해하게 하고 자기 몸의 씨를 내세워 집안의 대를 잇게 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하지만 아들의 죽음에 의혹을 가진 윤씨 부인은 침모 봉순네의 귀띔으로 귀녀의 자백을 받아 내고, 김평산과 칠성은 함께 죽음으로써 죄값을 치른다. 이 사건으로 인해 김평산의 아내 함안댁은 자살하고 칠성의 아내 임이네는 마을을 떠나게 된다.

한편 최 참판 댁의 소작인 용이는 무당의 딸 월선과의 이루지 못한 사랑으로 인해 항상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질투심이 많은 아내 강청댁의 행패로 월선이는 그의 곁을 떠난다. 그리고 용이는 강청댁과의 성적 관계가 불가능하게 된다. 그는 마을로 다시 돌아온 임이네를 돌봐 주다 관계를 맺고 홍이라는 아들을 얻게 된다.

집안의 기둥을 잃어버린 최 참판 댁에 조준구가 부인 홍씨와 꼽추 아들 병수를 데리고 찾아든다. 김평산에게 최치수의 살해를 은연중 시사했던 그는 최 참판 댁 재산을 노린다. 그러던 중 마을을 휩쓴 호열자와 흉년으로 윤씨 부인과 김 서방, 봉순네 등 많은 사람이 죽는다. 그 와중에 살아남은 조준구 일가는 최 참판 댁을 차지하고 마음껏 세력을 휘두른다.

고아 신세가 된 윤씨 부인의 손녀 서희는 타고난 총명함과 함께 강하고 이기적인 사람이 된다. 최씨 집안의 마지막 핏줄인 그녀는 집안을 지키기 위해 조준구 일가와 맞서 나간다. 그러나 서희를 돌보던 수동이 죽고, 러일 전쟁이 터지고 을사 조약이 체결되는 등 상황은 더욱 조준구에게 이롭게 돌아간다. 조준구의 행패에 불만이 쌓인 마을 사람들은 목수 윤보를 선봉으로 의병을 일으켜 마침내 최 참판 댁에 들이닥친다. 그들은 재물을 탈취하고 조준구 내외를 죽이려 하지만 찾아 내지 못한다.

그 틈에 서희는 부친인 최치수를 모시던 종인 길상으로 하여금 토지 문서를 찾게 하여 일시 힘을 회복하지만, 조준구 내외를 죽이는 데에 실패한 그들은 고향에서는 더 이상 살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서희는 할머니 윤씨 부인이 남겨 준 재물을 지니고 이들과 함께 고향을 버리고 간도로 떠난다.


<제2부>

간도에 정착한 서희는 가문을 되찾으려는 일념을 불태우며 윤씨 부인이 남긴 재물을 자본으로 길상과 공 노인의 도움을 얻어 두류(豆類)와 토지 거래에 성공하여 거부가 된다. 돈을 벌기 위해 그녀는 아버지의 친구인 이동진의 군자금 요청을 거부하고 친일적인 운흥사 공사에는 기부금을 내는 등 공공연한 친일 행위도 불사한다. 그녀는 이동진의 아들 상현을 사모하지만, 자존심 때문에 이미 결혼한 상현과의 사랑을 포기하고 길상과 결혼하여 두 아들을 얻는다.

길상은 서희와 결혼하기 전에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만났던 옥이네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해 괴로워한다. 그는 가문에 대한 서희의 무서운 집념과 완전히 허물 수 없었던 신분의 벽 때문에 고독을 느끼지만, 환의 출현으로 그의 비밀을 알게 되고 그와 함께 독립 운동에 투신한다.

환은 별당 아씨가 죽은 후 윤봉, 윤도집, 지삼만, 송관수,. 판술 등과 함께 의병 활동을 한다. 방법론상의 견해 차이로 윤도집, 지삼만 등과 대립하며 간도로 건너간 그는 길상을 만나고 이동진, 권필응 등과도 만난다.

서희와 길상의 결혼으로 충격을 받은 상현은 서울로 동아와 서의돈, 임명빈, 황태수 등과 사귀며 일본으로 유학도 한다. 그러나 그는 길상에 대한 패배감, 아버지 이동진과 가족에 대한 죄책감, 스스로의 무력감 때문에 정신적 방황을 계속한다.

한편 서희 일행과 헤어지고 기생이 된 봉순은 기화라고 이름을 바꾸고 천부적인 미모와 소리로 유명해진다. 그녀는 간도로 건너가 서희, 길상, 고향 사람들을 만나보기도 하지만 외로움 때문에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한다.

월선, 임이네, 홍이와 함께 용정에 정착한 용이는 월선과 함께 잠시 국밥집을 한다. 그러나 그는 임이네의 돈에 대한 욕심에 못 견뎌하고, 자신이 장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후 그는 홍이를 월선의 곁에 남겨 두고, 임이네와 함께 영팔이가 정착한 퉁포슬에서 청인의 소작인이 되어 농사를 지으며 겨울에는 벌목꾼으로 일한다.

임이네는 월선 몰래 가로챈 많은 돈을 용정의 큰 불로 잃게 되지만 탐욕은 갈수록 심해진다. 월선은 용이가 떠난 후 홍이와 함께 살지만 암으로 한많은 일생을 마친다.

김평산의 아들 기복은 김두수로 이름을 바꾸고 간도 땅에서 일제의 밀정으로 활약한다. 그는 달아난 금녀를 되찾으려 하지만 실패하고, 대신 길상을 짝사랑하던 공 노인의 양딸 송애를 농락한다. 달아난 금녀는 독립 운동을 하던 장인걸의 도움을 얻어, 귀화한 한국인 쎄르란 심의 집에 은거하며 차츰 삶의 안정을 찾게 된다.

귀녀의 아들을 데리고 사라졌던 강 포수는 그 아들에게 두메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그가 성장하자 송장환에게 교육을 부탁한다. 조준구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정한조의 아들 석이는 송관수의 도움으로 공부를 하고 조준구에게 복수하기 위해 하인으로 가장하여 그의 집에 잠입한다.

서희는 공 노인을 내세워, 광산에 투자하여 큰 실패를 본 조준구에게 접근하여 빼앗긴 재산과 토지 문서를 되찾는다. 그녀는 월선의 장례식 후 영팔이네와 용이네를 귀향시키고, 독립 운동을 위해 환과 함께 떠나 버린 길상과 헤어져 두 아들(환국, 윤국)과 유모, 안자와 함께 그리던 귀향길에 오른다.


<제3부>

귀향 후 진주에 정착한 서희는 조준구와 만나 5천 원에 평사리의 본가를 되찾는다. 서희는 완전히 복수를 달성하지만, 알 수 없는 상실감에 시달리면서 두 아들을 보살피며 진주에서 살아간다.

용이는 임이네의 탐욕에도 무심해진 채 평사리 서희의 본가를 지키며 안정된 말년을 보낸다. 월선의 죽음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고 간도의 벗들과도 헤어진 홍이는 생모 임이네의 탐욕에 대한 증오와 자학으로 비뚤어진다. 그는 사랑하는 장이의 몸을 겁탈하지만, 의병의 혐의를 받고 잡혀갔다 온 후 마음을 잡고 운전 기술을 배워 김 훈장의 손녀 보연과 결혼한다. 그러나 그는 일본인과 결혼한 장이와의 불륜의 현장이 발각되어 고통을 받기도 한다. 그는 용이의 장례식이 끝난 후 오랫동안 계획해 오던 간도행을 준비한다.

윤도집과 운봉의 죽음으로 동학의 세력은 와해되고 지삼만은 청일교의 교주가 되어 많은 신도와 돈을 모으게 된다. 중국에서 귀국한 환은 지삼만의 밀고로 일경에 잡히지만 조직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지삼만 역시 심복인 지 서방에게 살해당한다.

김두수는 마침내 중국 여인으로 가장한 금녀를 붙잡고, 그녀를 통해 독립군의 정보를 빼내려 하지만, 모든 것을 포기한 금녀는 침묵으로 맞선다. 그 후 그녀는 치욕을 견디지 못하고 벽에 머리를 부딪혀 자살한다. 한편, 김두수는 관수의 주선으로 독립 자금을 전달하기 위해 간도로 간 동생 한복과 해후한다.

길상은 서의돈과 함께 계명희 사건에 연루되어 2년형을 언도받고 복역한다. 이에 서희는 서울을 왕래하면서 길상의 뒷바라지에 힘쓴다. 환국은 아버지 길상을 매우 존경하며, 그의 자질을 이어받아 그림에 소질이 있다. 그러나 어머니 서희의 뜻을 따라 와세다 대학 법과를 지원한다.

상현은 일본 유학 후 서울에서 기화를 모델로 소설을 쓰기도 하지만 3·1운동의 실패로 인한 무력감 때문에 방황한다. 임명빈의 누이 명희는 상현에 대한 사랑이 거부되자 조용하의 후처로 들어간다. 그러나 그녀는 시동생 찬하에 대한 남편의 질투와 외도 때문에 갈등을 겪는다.

마음의 안식을 찾지 못하던 기화는 상현을 사랑하나 그에게서 끝내 버림받고 상현의 딸 양현을 낳는다. 아버지 이동진의 죽음 등 여러 가지 문제로 갈등을 겪던 상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각오로 중국행을 감행한다. 홀로 양현을 키우던 기화는 아편쟁이가 되어 서희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지만, 상현과의 관계에 대한 죄책감으로 서희의 곁을 떠난다. 하지만 기화는 그녀를 사모하던 정석의 설득으로 다시 평사리로 돌아온다. 그러나 석이가 학교에서 쫓겨나고 가정 파탄이 일자 그것이 자기 탓이라 생각하고 섬진강에 몸을 던져 자살한다.

기화의 자살 소식을 전해 들은 상현은 긴 방황을 청산하고 소설을 써, 그 고료를 양현을 위해 써 줄 것을 부탁하는 편지를 명희에게 보낸다. 명희는 양현을 양딸로 데려가길 원하지만 서희는 이를 거부하고 진정한 사랑으로 양현을 키운다.


<제4부>

김환이 죽고 길상이 수감된 후, 관수와 강쇠 등은 만주, 조선에 걸쳐 인망을 엮는 데 힘쓴다. 관수의 아들 영광은 강혜숙과 편지를 교류하는 중 신분이 탄로나고 퇴학까지 당하자 가출한다. 이것이 한이 된 관수는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독립 운동에 더욱 매진하게 된다. 길상의 출옥 후를 생각하며 관수는 서울 출신의 소지감을 운동에 끌어들이고, 지감은 그를 통해 지리산의 강쇠, 해도사를 알게 된다.

청년기의 환국과 윤국은 3·1운동 후 학생 운동이 연이어 일어나는 가운데, 자신들의 풍족한 처지와 현실 사이의 괴리감으로 인해 방황과 고민이 깊어가고, 윤국은 가두 시위에 참가하여 감옥살이를 하고 무기 정학 처분을 받는다. 서희는 아들들을 대견스럽게 생각하면서도, 집안의 재산을 부담스러워하는 두 아들을 보며 공허감이 더욱 커져만 간다.

불행한 결혼 생활에 점점 황폐해져 가는 명희에게 조용하는 동생 조찬하와의 불륜을 이유로 이혼을 선언한다. 항복을 받아 낼 것을 의도했던 조용하였지만 명희는 순순히 이혼에 응하겠다며 자진해서 떠나 버리고, 조용하는 분노에 몸을 떤다.

일본 여인과 결혼한 조찬하는 일본에서 오가다란 일본인과 사귀게 되는데, 오가다는 명희의 제자인 유인실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는 코스모폴리탄이다. 조찬하는 그와의 대화에서 일본적인 것과 조선적인 것을 구명해 보려고 애쓴다.

가출한 명희를 불러들인 조용하는 자존심을 회복하려고, 명희의 마음을 되돌리려 애쓰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산장에 가두고 능욕한다. 모욕감에 자살을 기도하다 살아난 명희는 여욕을 찾아가 일자리를 부탁하고, 결국 시골의 초등학교 교사 촉탁으로 일하게 된다. 조찬하는 유인실과 오가다와 함께 시골 학교의 명희를 찾아가지만 초라한 그녀의 모습에 놀라고. 그녀 역시 모멸감에 괴로워한다.

한편, 길상은 어느 새 중요해진 자신의 위치를 종종 낯설어하고, 가족의 사랑 속에서도 외로움을 느낀다. 그는 최씨 집안에서 꽃 같은 존재인 양현이 자신의 출신에 대해 자연스레 알아 나가기를 바란다. 조국에 대한 사랑과 오가다에 대한 사랑으로 갈등하던 유인실은 오가다에게 '생명보다 소중한 것'을 바치고, 결국 그로 인해 아이를 얻게 된다. 그녀는 아무도 몰래 일본에서 아이를 낳아 조찬하에게 부탁하고, 독립 운동을 하러 중국으로 떠난다. 그 곳에서 그녀는 송장환을 찾아가고 그를 통해 윤광오를 만나게 되고, 찬하는 고민 끝에 아이를 자식처럼 기른다.

인실이 떠난 후 상실감과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오가다는 만주에 와 떠돌아 다니다 토건 회사에 취직하게 되고, 여행을 하던 중 하얼빈에서 우연히 인실의 자취를 발견한다.


<제5부>

일본은 제2차 세계 대전이 점점 장기전에 빠지며 열강에 외면당하고, 인적·물적 자원이 고갈되어 간다. 호열자로 인해 죽은 아버지 관수의 유해를 모시고 진주를 찾은 영광은, 강에 빠져 자살한 어머니 기화를 생각하며 그 강에 꽃을 던지는 양현을 보게 되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백정의 자손과 기생의 딸로서 비슷한 슬픔을 나눈 두 사람은, 영광이 만주로 도피하면서 헤어지게 된다. 양현을 이 부사 댁에 입적시켜 둘째 아들 윤국의 배필로 삼으려한 서희는, 양현의 거부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사이가 멀어진다. 상심한 윤국은 학병에 끌려가 소식이 없다. 의전을 졸업하고 인천에 취직한 양현은, 점차 정세가 불안정해짐에 따라 서희에게 이끌려 다시 귀향한다. 가산을 탕진하고 꼽추 아들 병수에게 얹혀 사는 조준구는, 중풍에 걸려 누워 지내면서 갖은 행악을 부리다 죽는다.

계명회 사건 이후 출옥한 길상은 도솔암에서 관음 보살의 탱화 제작을 결심하고, 화려함과 함께 삶의 본질인 외로움과 슬픔이 잘 어우러진 걸작을 남긴다. 보연의 금붙이 밀매 사건으로 진주로 송환된 홍이는, 이를 계기로 불편했던 김두수와의 관계를 끝내고, 하얼빈에서 극장을 운영하며 조직의 일을 계속한다. 여행 중에 하얼빈에 들러 우연히 인실을 본 조찬하는 인실로 하여금 오가다에게 아들의 존재를 알릴 것을 종용한다. 찬하의 아들 쇼지가 자신의 아들임을 알게 된 오가다는 한편으로 놀라고 한편으로 찬하에게 감사한다. 인실과의 계속된 만남을 간절히 바라는 오가다에게 인실은 일본이 망하는 날에 대한 여운을 남긴다.

홍이의 아이들인 상의와 상근은 진주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중학교에 다니나, 전쟁으로 수업은 거의 하지 못하고, 남학생들은 군사 훈련을, 여학생들은 간호 훈련을 주로 받는다. 상의는 완고하고 심술궂은 사카모도 선생과의 대립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받으나, 무사히 졸업하게 되고, 졸업 후에 홍이가 있는 만주로 갈 계획을 세운다.

이상현은 윤광오, 수앵 부부가 마련해 준 집에서 석이와 함께 기거하며 약간의 활동도 하나 때로 주정도 한다. 민족주의의 강한 유대감이 점차 바래져 가고 사회주의 성향이 짙어 가는 때에, 강 포수가 내력을 숨기고 기른 귀녀의 아들 강두메는 투철한 공산주의자로 자라나, 상현 같은 인물은 차후에 도태해야 할 반동분자로 생각한다.

조용하가 자살한 후 그의 재산을 상당히 상속받은 임명희가 희사한 돈 오천원의 사용처를 의논하는 중, 산(山)의 조직을 독립 후에 사회주의 운동 조직으로 키울 야심을 가지고 입산한 과격한 사회주의자 이범호와 산 사람들 간에 충돌이 일어나며, 산 사람들은 이범호를 경계한다.

일본의 히로시마에 신형 폭탄이 떨어졌다는 소식으로 조선에서의 피폭을 걱정하는 가운데, 서희는 길상이 사상범 예비 검거령에 의해 옥살이를 하고 있는 서울로 식구 모두 올라갈 것을 결심한다. 상심해 있는 서희의 식욕을 위해 장에 가던 양현은 드디어 일본 천황이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