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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힘이 세다

미네르바 추천도서 : 국제 금융 입문서 "하게타카"


'미네르바'가 추천한 국제 금융 입문서 [하게타카]


 2008년도말 자본주의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예견하여 소위 말하는 제도권 전문가 그
리고 정부 관료보다 한 차원 높게 거시경제 예측과 안목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자칭 고구마 파는 늙은이라던 '미네르바'. 그가 펼친 논지와 거증한 모든 사례등은 모두가 독학으로 섭렵한 것이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서 한동안 대비되는 나 자신이 무척 초라하고 부끄러워졌다. 공부를 게을리한 자와 그렇지 아니한 자의 수준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차이가 나니 더욱 그러했다.

 

 그가 권하던 여러책중에 국제금융 입문서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하여 쥐게 된 책이다. 출판사에서 얘기하는 것 처럼 미네르바가 극찬했다고 하는 부분에서는 동의하기 힘들더라도,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기업매수에 얽힌 여러 경제 주체(정부,기업,경영자,은행,투자펀드등)들의 이면들에 대해서 한 번 쯤 생각해 보게 하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가치가 있어 보인다.


 

긍정과 부정이 교차되는 Vulture Fund(하게타카)


 1990년대(1991~2002) 일본의 극심한 경기 침체기간으로 회자되는 '잃어버린 10년' . 그기간 동안,
 주식, 부동산등의 급락으로 도산지경에 이르런 수많은 기업과 은행에 대한 벌처펀드의 매수에 관련된 소설이다.  책의 제목에서 뽑은 하게타카가 그 벌처펀드를 일컫는 말이다.

 하게타카(ハゲタカ)
 죽거나 병든 동물을 잡아먹는 검독수리. 벌처펀드(Vulture Fund,기업사냥꾼)을 상징.

 이야기는 1989년 12월 25일 일본 대장성(지금의 재무성) 홀에서 50대 중년남성의 할복자살 사건을 시작으로 하여, 일본내의 부실기업에 대한 Vulture Fund의 기업사냥(또는 기업회생)에 관한 이야기들이 세사람의 주요인물들과 함께 얽히고 설키빠르게 전개 된다.

 

 전도 유망한 뉴욕의 젊은 재즈피아니스트였다가 Vulture Fund 비즈니스의 세계에 뛰어들어 불과 1년만에 '골든이글'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벌처 투자가로 두각을 드러낸 와시즈, 일본의 명문 리조트 호텔인 미카도 호텔의 후계자로써 아버지의 경영의 실패를 극복하기 위하여 벌처펀드의 MBI(경영권 인정, 회사자산 매각) 제안을 받아서 회사 재생에 나서게 되는 다카코와 미쓰바 은행의 벌크 세일(갖가지 채권을 뭉뚱그려 매각)을 담당한 시바노가 그들이다.

 

 지역유수의 은행이 파산하고 난 뒤에 가져올 파장에 대한 두려움으로 계속 문제를 안고서 1년 반이 넘게 어정쩡하게 운영하다가 결국은 벌처 펀드인 호라이즌 캐피탈에 넘겨지게 되는 도쿄 소아이 은행. 그리고 경영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호화저택을 유지하며 오로지 경영권 유지에만 골몰하는 다이요 제과의 경영진. 소개되는 두사례에서만도 경영진의 무능과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의 실상 뿐만 아니라 입찰경쟁 과정에서 벌어지는 벌처펀드의 치밀하고도 철저한 정보 수집력에도 놀라게 된다.  그 정보에 덧붙여진 냉철한 분석을 바탕으로 행해지는 결단의 순간들은 평소 접하기 어려운 기업매수 과정(Process)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전해지는 이 세계의 냉혹성에 대해서도 일부나마 맛볼 수 있게 된다.
 
 그 과정속에서 드러나는 이해관계자들의 행태는 추악하다. 
눈앞의 위기해소에만 관심을 두는 정치가들, 그들의 돈줄 역할을 하는 은행, 그리고 기업 경영실적에 대한 분식과 사유화해온 경영자들의 적나라한 모습등이 그 예이다.   
 

 이야기에서 일관하는 것은  " ... 일본 전역에서 '벌처' 때리기가 시작되었다. 언론도 합세해 온 국민이 경제 침체의 원인을 규명하는 일은 내팽개 친채 위기에 처한 기업 구제를 본업으로 하는 펀드를 비난하기에 여념이 없었다..."와 같이 벌처 펀드의 순기능(?)에 관한 것이다. 물론 일본을 경제 침체에 빠뜨린 책임자들이 깨끗이 자신의 배를 갈라 곪아 터진 부분을 모두 드러내야 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의 순기능에 대한 강조는 이해가 된다.

 

 IMF 구제 금융시절, 미 투기 자본에 의해 한국의 경제 주권이 상실되었던 그 아픈 기억이 우리에겐 있다. 풋백옵션(Put Back Option)으로 제일은행을 매수하여 손실을 한국정부에 떠 안겼던 미국의 '뉴브리지'라는 투기회사와 극동건설, 스타타워, 외환은행등의 부실채권 인수를 통한 수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시세차익에도 불구하고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겠다는 '론스타(Lone Star Funds). 그들을 본다면 이 소설에서 벌처펀드의 위험성이나 부도덕성등에 대해서 생략되어 있는 것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마도 이는 일본 경제주체의 책임성에 방점을 찍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에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벌처펀드가 개입하는 시점이 아니라 평시에 벌처펀드에 대한 부정적, 역기능 측면도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본다. 관점의 차이일수도 있겠으나 매수를 하는 측과 당하는 측을 비교하면 자명한 것이다. 모든 키를 쥐고 있는 매수측의 의도에 따라서 언제든지 역기능이 강화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벌처를 부리는 매부리가 되자?


"... 세간에서는 외자계 금융기관을 벌처, 콘도르라고 혐오합니다. 하지만 저는 깨달았
어요. 지금 일본에는 위험 부담을 안고 자금을 빌려주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면 벌처의 돈을 이용해 스스로 위기를 벗어나면 됩니다. 돈에는 색깔이 없습니다. 중요한 건 결과를 내는 거죠. 그렇게 한다면 벌처의 먹잇감이 되는 대신 벌처를 이용한 승리자가 될 수 있습니다..."라는 다카코의 말처럼 벌처를 부리는 매부리가 되는 것은, 적어도 경영위기 상황에서는 일면 맞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벌처를 불러들이게 되는 상황자체를 미연에 방지하는 게 가장 현명하다 할 것이다. 위기상황에서 모든 카드를 쥐고 있는 벌처에 대해서 매부리가 된다는 것이 말처럼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브레튼우즈 체제의 산물인 IMF(미 자본주의를 공고히 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설립됨)와 그들을 등에 업은 벌처에 대해서 매부리가 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한계를 갖고 있지 않을까? 이는 10년전 우리의 IMF 체제에서도 경험한 바가 아닐까 한다.


 환율이 1,400원대를 다시금 치솟고, 외평채에 대한 CDS 가산금리 급등등 나라 안팎에서 또다시 3월의
금융위기 발발을 염려하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더구나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2MB 정부가 들어선지 2년차인 지금 아직도 실물경제는 그 끝을 모르고 계속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이니 위기감은 더욱 고조된다.  IMF 10년이 지난 지금, 나라밖의 벌처 펀드들은 우리에 대해서도 자기들만의 주판알을 튀기며 어떤 계획들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특히나 아무런 신뢰나 합리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민영화', '선진화'라는 구호 즉, "우리는 매부리가 될 수 있다"고만 외치는 누구의 불안하기만 한 큰 소리를 접하면 더욱 더 그러하다. 

"끝"


하게타카  (2008.12.25, 미래 M&B)
 - 지은이 : 미야마 진
 - 옮긴이 : 이윤정

 프롤로그
파멸의 시작(1989년)

제1부 벌크세일(1997~1998년)
1장 복주머니
2장 낚시
3장 라스트 워치

제2부 프리패키지(2001년)
1장 기로
2장 프리패키지
3장 서든데스

제3부 바이아웃(2003년)
1장 주거래은행의 파산
2장 선택
3장 결전

에필로그
파멸의 끝(200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