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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힘이 세다

[펌]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이상 지적 욕구자' 놀라운 독서 이야기
다치바나 다카시의 실전 독서법을 담은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청어람미디어
열정이 가득한 책을 읽었다. 놀라운 독서 경력과 독서술을 가졌고, 그런 독서를 바탕으로 해서 원숭이학, 인터넷, 일본 공산당 연구, 뇌사, 우주, 섹스, 에콜로지에 이르기까지 최첨단의 학문에 관한 다양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람, 다치바나 다카시. 그가 바로 이 열정이 넘쳐나는 책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를 쓴 것이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어린 시절부터 문학과 철학 서적을 탐독했다. 젊은 시절, 그의 학력은 불문학과 철학이지만 실상, 뒷날에는 이과 계열의 논픽션들을 주로 읽었으며 여기서 감동을 얻게 되어 최근까지 독서와 연구, 집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지금은 문학을 거의 읽지 않는다고 한다. 잡지사 초년 시절 선배에 의해 문학만을 읽는 독서 행태를 지적 받고 나서 논픽션을 접하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는 픽션의 세계가 논픽션에 비하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지를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한편으로 그의 다방면에 걸친 독서편력이 여기서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생각되었다. 또 인간의 감정과 고뇌, 사랑을 다룬 문학을 폄하(?)하는 그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조금 더 책을 읽어보면 그의 지적 열망이 어린 시절의 문학 독서에서 내공이 쌓여 폭발하기 시작되었음을 간파하게 된다. 그의 관심사가 다른 곳으로 이동해 간 것뿐이다.

자신을 호기심과 지적 욕구가 비정상적으로 강한 "이상 지적 욕구자"라고 말하는 다치바나 다카시는 제너럴리스트인 동시에 스페셜리스트이다. 폭넓은 독서가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길을 열었고, 깊이 있는 독서가 스페셜리스트의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가 걸어온 독서 여정을 역추적해 나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독서와 일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그가 부러워지면서 동시에 그 열정이 조금은 내게도 전염된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고양이 빌딩 서재

▲ 다치바나의 서재

* 다치바나 다카시의 홈페이지 - http://www.ttbooks.com

그의 유명한 서재와 작업실이 있는 '고양이 빌딩'의 전모를 알 수 있는 사진과 일러스트가 있다. 그리고 그의 이력과 저서 등도 소개해주고 있다.

더욱이 놀라운 독서 경력을 가진 독서가이며 탐구가인 그가 일러주는 독서론과 지식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롭고 경쾌하면서도 때로 진중한 울림이 된다. 고전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자.

"다시 말해, 그 저서(고전)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로서 그 역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책 자체가 토론의 대상이 되어, 서로 이야기를 나눌 때의 소재로 활용되기에 적절한 책만이 결국 진정한 의미의 고전으로서 살아남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55쪽)

그러면서 그는 결국 지의 총체란 언제나 최신 보고서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본다. 지금은 최첨단 이학계열의 열정에 빠져있는 그에게는 자연스런 답변이었으리라. 그러나 문학과 철학 등의 인문계열의 경우에도, 고전 자체의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다시 되풀이하여 "새롭게 널리" 읽는 책이 될 때 진정한 고전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도 얻을 수 있다.

독서론에서부터 그는 독학의 방법을 끌어낸다. 늘 새로운 주제의 학문 세계로 진입하여 그 세계의 최정상과 최첨단에까지 뛰어오르기를 원했던 다치바나는 그런 요구 때문에 나름대로의 독학 방법을 만들어 이것을 소개해주고 있다.

학창 시절에 중고등학생의 가정교사를 하면서 생활비를 버는 처지였음에도 페르시아어를 배우기 위해서 개인 가정교사를 고용했다고 한다. 그 교사에게 지불하는 돈은 땀의 결정체였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공부에 매달렸다는 에피소드는 참 처절하면서도 인상적이다.

'실전'에 필요한 14가지 독서법
다치바나가 소개하는 일과 일반 교양을 위한 독서법

1. 책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말라. 책이 많이 비싸졌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책 값은 싼 편이다. 책 한 권에 들어 있는 정보를 다른 방법을 통해 입수하려고 한다면 그 몇 십 배, 몇 백 배의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2. 하나의 테마에 대해 책 한 권으로 다 알려고 하지 말고, 반드시 비슷한 관련서를 몇 권이든 찾아 읽어라. 관련서들을 읽고 나야 비로소 그 책의 장점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 그 테마와 관련된 탄탄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3. 책 선택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실패 없이는 선택 능력을 익힐 수 없다. 선택의 실패도 선택 능력을 키우기 위한 수업료로 생각한다면 결코 비싼 것이 아니다.

4.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은 무리해서 읽지 말라. 수준이 너무 낮은 책이든, 너무 높은 책이든 그것을 읽는 것은 시간 낭비이다. 시간은 금이라고 생각하고 아무리 비싸게 주고 산 책이라도 읽다가 중단하는 것이 좋다.

5. 읽다가 중단하기로 결심한 책이라도 일단 마지막 쪽까지 한 장 한 장 넘겨 보라. 의외의 발견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6. 속독법을 몸에 익혀라. 가능한 한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한 한 많은 자료를 섭렵하기 위해서는 속독법밖에 없다.

7. 책을 읽는 도중에 메모하지 말라. 꼭 메모를 하고 싶다면 책을 다 읽고 나서 메모를 위해 다시 한 번 읽는 편이 시간상 훨씬 경제적이다. 메모를 하면서 책 한 권을 읽는 사이에 다섯 권의 관련 서적을 읽을 수가 있다. 대개 후자의 방법이 시간을보다 유용하게 쓰는 방법이다.

8. 남의 의견이나 북 가이드 같은 것에 현혹되지 말라. 최근 북 가이드가 유행하고 있는데, 대부분 그 내용이 너무 부실하다.

9. 주석을 빠뜨리지 말고 읽어라. 주석에는 때때로 본문 이상의 정보가 실려 있기도 하다.

10. 책을 읽을 때는 끊임없이 의심하라. 활자로 된 것은 모두 그럴듯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좋은 평가를 받은 책이라도 거짓이나 엉터리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11. '아니, 어떻게?"라고 생각되는 부분(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을 발견하게 되면 저자가 어떻게 그런 정보를 얻었는지, 또 저자의 판단 근거는 어디에 있는지 숙고해 보라. 이런 내용이 정확하지 않을 경우, 그 정보는 엉터리일 확률이 아주 높다.

12. 왠지 의심이 들면 언제나 원본 자료 혹은 사실로 확인될 때까지 의심을 풀지 말라.

13. 번역서는 오역이나 나쁜 번역이 생각 이상으로 많다. 번역서를 읽다가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머리가 나쁘다고 자책하지 말고 우선 오역이 아닌지 의심해 보라.

14. 대학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은 아니다. 사회인이 되어서 축적한 지식의 양과 질, 특히 20, 30대의 지식은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것이다. 젊은 시절에 다른 것은 몰라도 책 읽을 시간만은 꼭 만들어라.
(81∼83쪽) / 다치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