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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힘이 세다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 대화


 대화 형식을 띤 글로써 리영희라는 한 지식인이 걸어온 평생을 이야기 하는 책이다. 진실만을 위한 글쓰기로 매진하면서 겪게 되는 온갖 고초들 그리고 그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한길을 매진해온 것을 보노라면 한 지식인을 뛰어넘어 진실추구에 대한 그의 열정에 자못 엄숙해지게 된다.

 단순한 지식인이 아니라 의식과 방향성을 가지고 산다는 것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을 하게 해 준다. 의식이 없는 지식은 죽은 지식이요. 본인의 자유의지가 아니라 남이 주는 지식화에 머무르면 영원한 무식자라고 일갈하는 그에게서 지식인 그 자체를 지향하지 않더라도 우리 개개인 모두가 귀담아 두어야 할 것이 아닌가 싶다.

 그가 걸어온 길은 지난한 길이었다. 사실에 입각해서 분석.논거제시를 위해 부단한 자료수집과 이를 분석하여 숨어있는 진실을 찾아내기 위해 쏟은 그 시간과 열정 그리고 그로 인해 받게 되는 박해들... 이 속에서도 좌절하기 않고 그를 지켜준 것은 사람에 대한 애정, 평화의 소중함에 대한 확고한 인식, 인류와 민족 보편의 정신 추구와 같은 보다 높은 지향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본다.

 촌음을 아껴 연마하라는 옛 가르침대을 떠오르게 한다. 미래를 통찰하는 그 식견들은 그냥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니었기에 더욱 그 경구가 새삼스레 무겁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리고 개인 생물학적인 삶과 사회적 삶에 대해서도 한 번 쯤은 스스로 정리를 해 두어야 함을 느끼게 된다.



[ 책 속에서 ]

"인간은 누구나, 더욱이 진정한 '지식인'은 본질적으로 '자유인'인 까닭에 자기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정에 대해서 '책임'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존재하는 '사회'에 대해서 책임이 있다는 믿음이었다. "

"경상도의 남녀구별과 신분 차등의식, 심지어 같은 집안에서 남자와 여자가 밥상을 달리하고 여성을 천시하는 습관을 보며 아주 놀랐어요."

"압록강변의 벽동과 창성의 황소가 워낙 힘이 세고 성질이 억세서, 그 런 소를 '벽창우(碧昌牛)'라고 해서 그런 유형의 사람을 '벽창호'라고 부르게 된..."

"국내에서는 우익적 사상의 지식인들은 이광수나 김동인, 서정주뿐 아니라 거의 모두가 친일파가 됐던 거요. 좌익 인사들이 항일과 독립운동의 주축이었지. 해방 후 세대는 이 사실을 알아야 하고, 또 그 사실이 뜻하는 바를 제대로 음미할 필요가 있어."

"중국의 장개석 총통과 소련의 스탈린은, 제 2차 세계대전 중 카이로 선언과 포츠담 협정으로 일본 패망후 그 식민지인 조선민족의 즉시독립을 제안했지요. 그러나 영국의 처칠은 철저한 제국주의 신봉자였기 때문에 조선인의 자치능력을 인정하지 않았고,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조선인을 미국의 식민지인 필리핀 인민의 수준으로 간주해서 적어도 30년 동안은 신탁통치를 하고 난 뒤에 자주독립을 허용하자는 주장이었어. 이런 사실을 지금까지도 모르는 한국사람이 많아요."

"통일을 가져온다 해도 나는 전쟁은 절대반대야. 어떤 큰 선(善)을 위해서도 전쟁은 반대요. 전쟁은 악(惡)이야. 그것이 나의 신념이오" (광적인 반공주의자나 극우적 사고방식을 지닌 이해집단들이야말로 남한사회와 국민들의 염원을 배반하는 자들일 뿐만 아니라 전 인류의 평화와 복지를 파괴하는 세력...)

"개인은 합리적이고 또 이성적일 수 있지만, 무리(집단)는 극히 비이성적인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개체로서 사고하는 인간과 무리 속에서 무리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간의 큰 차이에요."

"미국이라는 나라는 한국을 다만 미국의 이익을 위한 지구상 장기판의 하나의 졸 정도로 여긴다는 냉엄한 국가관계의 본질을 생각해야 돼요."

"한국 국민의 나쁜 특성중의 하나가, 자기들을 지배하는 권력이 막강할 때에는 평신저두(平身低頭)하다가, 정권이 국민에게 자유를 주고 약한 기색이 보이면 즉시 태도가 돌변해서 제각기 자기 주장대로 행동하는 것이오."

"우리 지식인들이 침략전쟁이나 전쟁 모험주의자들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집단적.계급적, 또는 국가적 이기주의에 바탕해서 저지르는 전쟁행위에 대해서 언제나 날카로운 의식과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감시해야 한다는 사실을 '펜타곤 페이퍼'가 말해주고 있어."

"해방이후 반세기 동안을 오로지 미국의 사고방식에 길들여져버린 한국인들은 진정으로 강력한 인간의 사상과 힘을 모르고 있어! 이것이 한국인들 머릿속에 긴 세월에 걸쳐서 주입된 미국식 사고방식의 해독이라고!"

"루쉰 그분의 인간에 대한 사랑, 특히 약자에 대한 사랑과 정신적.사상적 면모에 늘 변함없이 감명을 받았어요."

"몇십년 동안 자연스러운 것, 당연한 것, 최상의 것, 그것밖에 없는 것이라고 교육받고 그렇게 알고 그렇게 믿었던 것들의 가면과 허위가 드러나 보이니까 놀랍고 무섭고 부끄럽고 해서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고들 야단이었지요."

"해방이후 반세기 가까운 세월을 인류사회에는 오직 광적인 반공주의적 가치관과 병적인 극우적 세계관밖에 없는 줄 알고 살아온 한국인들에게 그것과는 반대인 것, 때로는 그것보다 훨씬 높은 가치와 가치체계, 그것과 다른 인간적 사유와 존재양식도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런 것으로 이루어진 사회와 국가들이 많다는 현실 등을 처음 알게 된 거지요."

"자기 자신에게 규율을 가하고, 그 규율이 자기 삶에 의미 있는 규율이기 때문에, 기꺼이 그것에 따름으로써 보다 승화된 삶의 모습으로 변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자유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남이 준 것으로 인해 자유의 영역이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오히려 자신에게 제약과 규율을 가하는 속에서 그것이 보다 더 의미 있고 높은 정신성으로 자신을 승화시킨다는 진리를 터득했어요."

"해방된 날부터 6.25 전쟁을 거치면서 일본 식민지의 제도적.인간적 잔재를 청산하거나 처단하지 못한 것이 한국사회의 결정적인 문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군자지교 담여수 소인지교 감여례(君子之交 淡如水 小人之交 甘如醴) : 군자의 사귐은 덤덩하기가 물과 같고, 소인의 사귐은 그 맛이 달기가 감주와 같다."

"인간의 원초적 속성인 이기주의: 인간의 선천적 본성은 이기주의이다. 후천적, 사회적 제도와 훈련 및 규율(Discipline)은 그것이 지속되는 한도에서 어느 정도까지 이기적 본능을 억제할 수 있지만, 그 외적 강요는 영구적일 수 없고, 따라서 외적 조건만 이완되면 잠재했던 이기적 본능이 부활한다."

"1985년 5월 바이체커 대통령의 유명한 '독일 국민의 역사적 반성'이라는 담화는 히틀러와 나치시대의 반인류적 범죄행위를 오늘날의 독일국민들이 스스로 자신의 과오와 죄과로 받아들이면서, 지난 나치시대의 역사와 완전히 단절된 새로운 독일역사를 창조해나가야 한다는 취지예요."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군사.정치.외교.경제력, 그리고 온갖 선전기관을 총동원해서 지원한 정부나 국가라는 것이 하나도 예외없이 철저하게 부패하고, 철저하게 국민과 유리된 소수의 억압적인 지배집단에 의해 통치돼 왔다는 사실과 그런 미국의 전쟁은 결국 치욕스러운 미국의 패배로 끝난다는 사실을 아주 극명하게 입증해 준 거예예요."

"1900년대 초까지의 조선, 대한제국의 수도 서울! 그것도 수도의 중심인 종로의 원시적 생활수준과 사회상! 남은 에펠탑을 짓고, 연기를 내뿜는 철마를 타고 유럽 대륙을 여행하고 있었는데. 국수주의적이고 편협한 민족지상주의자들은 언짢게 들을지 모르겠지만, 역시 '사람은 보는 것만큼 알고 아는 것만큼 본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아."

"마치 한국 민족이 세계 문명과 문화에서 중심적이거나 선도적인 역할을 한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편협한 애국주의자들에 생각이 미칠 때, 많은 한국인들이 유럽을 두루 살펴보고 배우고, 그리고 자기반성을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글을 쓰는 나의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오직 그것에서 시작하고 그것에서 그친다. 진실은 한 사람의 소유물일 수 없고 이웃과 나누어야 하는 까닭에, 그것을 위해서는 글을 써야 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우상에 도전하는 행위이다. "

"마르크스주의에서 말하는 '유물론'은 사회의 물질적.문화적 변화, 즉 인간사회의 변화는 사유와 관념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물질의 생산.소유.분배의 형식과 관계의 변화에 따르며, 즉 그에 상응해서 사상.도덕.가치관.법률.정치양식 같은 정신적 현상도 변한다는 이론과 믿음"

"1994년 5월 16일에 클린턴 정권은 북한과 전쟁하려고 3군의 현역 대장급들을 전부 소집하여 전쟁계획을 알리고, 6월 15일을 전쟁 개시 날짜로 정했어요. 그런데 전임 대통령 카터가 급히 평양으로 가서 김일성을 설득합니다."

"지식이 아무리 많아도 '의식'이 없으면 그 지식은 죽은 지식이다. 국제법을 몇십 년을 공부해도, 박사학위를 몇 개씩 받아도, 아무런 '회의'없이 그저 정부가 내놓은 대로만 '지식화'하면 영원히 무식자로 남을 뿐이다."


[ 그가 읽은 책들 ]

나의 혁명(나셰르), 아메리카의 민주주의(알렉시스 토크빌), 아리랑의 노래(님 웨일스), 유토피아(토머스 모어), 트로키전(소련혁명사 3부작)(아이작 도이처), 볼셰비키 혁명(E.H.Carr), 영국혁명론(트로츠키), 게마인샤프트와 게젤샤프트:순수 사회학의 기본개념(페르디난드 퇴니스), 역사란 무엇인가(E.H.Carr), 세계를 뒤흔든 10일간(존 리드), 러시아 혁명사(트로츠키), 괴테와 에커만의 대화(에커만), 사상의 자유의 역사(J.H. 베리), 태평천국 혁명의 역사(오거스터스 린들리), 파리 코뮌(조르주 부르제), 아Q정전(노신),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버틀랜드 러셀), 아버지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네루), 수상록(몽테뉴), 팡세(파스칼), 고백록(루소), 레미제라블(빅토르 위고), 소크라테스와의 대화(플라톤), 찰리 채플린 자서전, 크리스트백작(몽테뉴), 논어, 맹자, 채근담, 명심보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