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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힘이 세다

명상록

 

 마르코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누스(Marcus Aurelius Antoninus)는 서기 121년에 태어나 162년 로마 황제에 올라 180년 돌연 죽음을 맞이하기 까지 18년간 재임한 인물이다. 「명상록」은 황제로서 전쟁과 통치의 기간동안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던 것을 단편적으로 기록한 책이다.

 

 그가 밝힌 경구나 느낌들을 발췌하여 놓고 보니, 2천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별도로 주석을 달지 않아도 그대로 우리에게 와 닿는 것을 보니 놀랍다. 염세적 느낌의 글들도 있으나 이 또한 그가 삶에 대해 치열한 고민 끝에 관조하게 되는 수준까지 올랐음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1. 배움에 대하여

 - "나의 스승은 경기장에서 어느 한 편만을 일방적으로 응원하거나 그 일원이 되지 말라고 가르쳤다. 또한 힘든 일을 피하지 말며, 헛된 욕망을 줄이고 원하는 것은 스스로 땀흘려 성취하되 남의 일에 간섭하지 말며, 남을 비방하는 소리에 귀기울이지 말라고 가르쳤다."  

 

 - "글을 쓸 때는 쉬운 문체로 써야 한다고 말했으며, 또한 언쟁을 벌이거나 무례하게 행동하여 사이가 나빠진 사람일지라도 그쪽에서 화해를 청한다면, 즉시 응해 줄 수 있는 너그러운 기풍을 가지라고 말했다. " 

 

 

2. 인생에 대하여

 - "또한 여러 가지 잡념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노력하라. 지금 이 순간을 마치 생의 마지막 순간인 것처럼 행동해야만 모든 잡념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온갖 위선과 경솔함, 이성의 명령에 대한 감정적인 반항, 자기 과시, 자신의 운명에 대한 불평불만을 떨쳐 버려야만 스스로를 위로하고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

 

 - " 우리가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사색하고 막연히 떠오르는 공포심을 제거한다면, 죽음이란 하나의 자연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아니, 오히려 자연의 끝없는 번영과 순환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임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 

 

 - "죽음은 각 생물을 구성하고 있던 원소의 분해 작용이다. 그것은 자연의 한 현상이고, 자연에 종속되어 있는 것이므로 두려움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3. 운명에 대하여

 - "형체라는 것은 영혼의 우월함에 비하면 매우 저급한 것이다. 영혼은 지혜이며 이성이고 신성인 데 반해, 형체인 육신은 흙이며 부패(腐敗)이기 때문이다."

 

 - " 누군가 갑자기 「당신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라고 물었을 때에도, 정확하게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항상 사고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욕망과 쾌락으로 괴로워한다거나 시기와 질투, 경쟁심 따위를 갖는 일 없이, 언제든 마음속의 것을 말해야 할 때 얼굴 붉히지 않을 수 있는 것들만 생각해야 한다. " 

- " 그런 사람이야말로 가장 당당하고 숭고한 싸움의 투사이며, 일체의 격정에 휘말리지 않고 운명에 할당된 것을 유유히 누리는 자이다. 그는 정의감에 불타 있으며, 자신에게 닥쳐올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주위의 온갖 사념으로부터 자유롭다. 또한 자신이 추구해야 하는 것은, 세상 사람들의 평판이나 여론이 아니라 자연의 원리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선인의 길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

 

4. 죽음에 대하여.

 - "우리 마음의 동요는 오로지 내면의 관념에 의해서 생겨난다. 지금 당신이 바라보는 눈앞의 모든 사물은 순식간에 변하는 것으로, 곧 사라져 버릴 것이다. 또한 당신도 그 수많은 변화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기억하라."

 

 - "눈앞에 마치 일만 년 정도의 수명이 남아 있는 것 처럼 행동하지 말라. 죽음은 당신의 머리 위를 항상 맴돌고 있다. 생명과 능력이 당신에게 붙어 있는 동안 온갖 노력을 다해 선한 인간이 되도록 하라. " 

 

 - "스스로에게 실망하지 않으려면 특별히 중요하지 않은 일에 시간과 정신을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

 

 - "영원한 기억이란 없다. 모든 것이 허무할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진정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은 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올바르게 생각하고, 공공의 이익과 사회 규범에 맞게 행동하며, 거짓없이 이야기하고, 모든 일들을 하나의 근본 원리로부터 유출되는 필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 " 우리는 지상에서의 이 덧없는 순간을 자연에 순응하며 보낸 다음, 순순히 휴식의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 저 무화과 열매가 자기를 낳고 길러 준 대자연에 감사하며 떨어지듯이."

 

 - " '이런 일이 닥쳤으니 나는 얼마나 불행한 놈인가?'라고 말하지 말라. 오히려 '이런 일이 일어났지만 나는 행복하다. 나는 고통으로부터 자유롭고, 현재의 시련에 흔들리지 않고, 미래의 공포에도 압도당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라"

 

5.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

 - " 아침에 눈을 떴는데도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다면 이런 생각을 해 보라. '나는 지금 사람다운 일을 하기 위해 일어나야만 한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어떤 임무를 수행하기로 되어 있고, 그것 때문에 내가 존재하는데 불평을 해서야 되겠는가? 휴식에도 자연이 규정한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당신은 그 한계를 벗어나 늦잠을 잤고, 이제 그 이상의 것을 취하려고 한다. 그만큼 당신의 수행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에 대해 만족해야 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그것은 당신을 위해 발생했고, 또 당신을 위해 처방되었으며, 당신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이란 운명이 우주를 지배하는 섭리의 증진과 완성, 생존을 위해 당신 몫으로 특별히 마련해 두었기 때문이다."

 

 - "나는 지금 내 영혼을 어디에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모든 행위에 앞서 이같은 의문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이렇게 자문해 보아야 한다. 이른바 나를 지배하는 부분으로 일컬어지는 내 이성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이 순간 내 안에 누구의 영혼이 머무르고 있는가? 어린아이의 영혼인가? 젊은 청년의 영혼인가? 여인의 영혼인가? 폭군의 영혼인가? 야수의 영혼인가? 수시로 자문해 보라."

 

6. 자연의 순리에 대하여

 - " 인생의 다른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인생이라는 경기장에서도 상대방의 실수에 대해 관용을 베풀어라. 상대가 약간의 파울을 범했다고 해서 의심하거나 악의를 품지 말라. 이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 아닌가?"

 

 - "주어진 소임을 이행하는 것은 당신의 의무이다. 소란을 피우지 말고, 당신에게 화내는 사람과 똑같이 언성을 높이지 말려, 당신 앞에 놓인 임무를 완수하는 데에만 최선을 다하라."

 

 - "이성에 순응했던 선제(先帝)안토니누스의 자세와, 어떤 경우에도 흔들림 없었던 침착성과 온건함, 겸허함과 우아함, 가식 없는 태도, 사물을 올바르게 이해하려는 노력과 열성을 기억하고 실천하라."

 

7. 우주의 질서에 대하여

 - "대화를 나눌 때는 모든 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행동할 때에는 모든 동작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전자의 경우에는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명확히 알아야 하며,후자에 있어서는 그 행동의 목적이 무엇인지 간파해야 한다."

 

 - "인간은 변화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변화없이 가능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또한 자연이 변화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것은 없다. 변화야말로 우주의 본질에 가장 적절한 것이기 때문이다."

 

 - "괴로움에 찌든 얼굴은 부자연스럽다. 그런 표정을 자주짓게 되면 온화함이 사라지고, 결국엔 아름다움이나 다정함도 사라져 버린다. 우리는 이 사실에서, 괴로움이나 분노는 자연이 준 이성과 어긋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 "언제 어디서나 현재의 여건에 맞는 상황들을 경건히 받아들이고, 주위 동료들에게 올바르게 행동하며, 수시로 마음을 비집고 들어오는 갖가지 상념들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정진하는 일, 이런 일들은 당신이 능히 해낼 수 있는 일이다."

 

 - " 하루하루를 마지막인 것처럼 생각하라. 절대로 분노하지 말고, 냉담하지 않으며, 위선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완전한 인격에 도달하는 길이다."

 

8. 선과 악에 대하여

 - " 죽는다고 해서 우주 밖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대로 이 세상에 머물러 있으면서, 여러 번의 변화를 거치며, 몇 가지 원소로 분해된다. 그리고 그 요소들은 다시 우주와 당신을 형성하는 원자로 환원되는 것이다. 이처럼 원소들 역시 변화를 거치지만 그것을 불평하지는 않는다."

 

 - " 경박한 행동을 삼가고, 대화함에 있어서 경솔하지 말라. 생각의 중심을 잃어서도 안 된다. 당신의 영혼을 고통에 빠지게 하지 말고, 쾌락에 날뛰게 하지 말라. " 

 

 - "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헤아릴 줄 알고, 다른 사람을 당신의 마음속으로 끌어들일 줄도 알아야 한다."

 

9. 혼돈에 대하여

 - " 정의롭지 못함은 죄악이다. 왜냐하면 우주의 본성은 서로를 위하도록 이성적인 존재들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연의 의지를 거역하는 자는, 모두 신의 뜻을 거스르는 죄를 저지르는 것이 된다."

 - " 열심히 일하라, 그러나 노예처럼 억지로, 혹은 동정이나 칭찬받기 위해 일하지 말라. 오직 한 가지, 당신의 행위가 사회적 이성이 명령하는 바에 따르기만을 원하라. "

 

 - " 활동의 정지, 판단의 단절, 죽음 같은 것들은 결코 악이 아니다. 당신의 어린시절, 소년시절, 청년기, 노년기에 이르는 삶을 돌이켜 보면, 각각의 변화 그 자체는 일종의 죽음인 것이다. 이 변화가 그렇게 두려운가? 인생의 중지나 단절, 죽음, 변화는 결코 두려운 것이 아니다."

 

 - " 병이 들거나 어떤 뜻밖의 상황에 처했을 때에는 에피로쿠스가 했던 것처럼 행동하라. 결코 철학을 버리지 말고, 자연의 본질을 모르는 무지한 사람들과의 쓸데없는 대화에 참여하지 말라. 이것은 모든 학파들의 공통된 원칙이다."

 

10. 사회적 존재에 대하여

 - " 당신이 선하고 겸손하며, 진실하고 합리적이며, 침착하고 도량이 큰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그것에 먹칠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라. 또 만약 그러한 평판을 잃었을 경우에는 지체없이 그것을 회복하도록 노력하라."

 

 - " 남들이 자신에 대해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생각을 품든 이에 신경 쓰지 않고 하루하루를 공명정대하게 살며, 운명이 할당한 자기 몫에 만족하는 삶을 살 것이다. 또한 마음을 어지럽히는 모든 것들을 뿌리치고, 오직 정정당당하게 나아감으로써 신의 뜻에 귀의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 " 무한한 물질과 무한한 시간에 대하여 끊임없이 관조하라. 각각의 사물은 무한한 물질에 비하면 한 알의 모래와 같고, 존재가 머무는 시간을 무한한 시간에 비하면 나사못 한 번 돌리는 순간에 불과한 것임을 늘 기억하라."

 

 - " 튼튼한 위장이 모든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것처럼, 타오르는 불길이 그 속에 던져진 모든 것을 태워 열과 환한 불꽃을 만드는 것처럼, 당신의 이성을 담금질하고 훈련시켜라."

 

11. 영혼에 대하여

 - " 강함과 용기와 남자다움을 증명하는 것은, 화를 내거나 불만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온화함을 잃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12. 올바른 삶에 대하여

 - " 사물의 껍데기를 벗기고 난 후, 그것을 이루는 원칙들과 행위의 목적을 관조하라. 고통은 무엇이며, 쾌락은 무엇인가? 또 죽음이나 명성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라. 또한 마음의 번민과 불안은 모두 그 자체에서 비롯된 것이며, 모든 것은 관념에 불과하다는 것을 기억하라."

 

 - " 다음의 세 가지 충고를 항상 마음에 새겨 두라. 첫째, 목적없이 행동하지 말고 정의에 일치하도록 하라. 모든 외적인 일들은 우연이거나, 섭리로 인해 일어나는 것이므로 우연과 섭리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둘째, 각각의 인간은 그 씨가 잉태된 때부터 영혼을 받을 때까지, 그리고 그 영혼을 반환할 때까지, 과연 어떠한 존재인가를 생각해 보라. 그리고 어떤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고, 어떤 요소들로 분해되는 가를 생각해 보라. 셋째, 당신이 하늘로 들어 올려져 인간 활동의 다양한 모습들을 내려다본다고 상상해 보라. " 

 

 - " 인간이여, 당신은 이제까지 우주라는 거대한 도시의 시민이었다. 그러나 당신이 이 도시의 시민이었던 기간이 5년이든 50년이든, 그것이 대체 무슨 문제인가? 이 도시의 법칙이 명하는 것은 만인에게 평등하다. 그것에 불만을 품을 까닭이 어디 있겠는가? 이 도시로부터 쫓겨나는 것은 폭군이나 어떤 재판관의 부당한 판결에 의해서가 아니라, 당신을 이곳으로 데리고 왔던 그 자연에 의해서이다. 마치 연출자가 배우를 서슴없이 해고하듯이"

 

ps) "사회적 의무는 다하되 결과에 초연하라"고 가르치는 스토아 철학(로마의 국가철학) 본 글 전체를 관통하는 배경이라고 하니 더욱 더 글들의 일관성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