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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힘이 세다

나를 너희 편에 서게 하라

 

그녀가 책을 냈다는 이야기를 Twitter에서 접하고 5권을 구매하였다. 물론 내용은 보지 않고 말이다. 보통사람의 눈높이, 시각으로 자연스럽게 전달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주변에 권하기 위해서였다. 강남아줌마라는 필명을 알게 된 건 그 이전부터였을 것이다. 그녀가 올리는 글들 하나하나는 그야말로 생활하는 사람이 느끼는 상식에 반하는 것들에 대한 우리가 느끼는 것을 쉽게 풀어낸 것들이었다. 오히려 그런 생활의 언어로 풀어낸 글들이 가져오는 공감이 더욱 힘을 발휘하는 것이었다고 본다. 그녀의 글들 속에서 난 매번 사람에 대한 사랑, 상식에 대한 갈구, 따뜻한 우리네 삶, 이웃을 돌아보는 모두와 같은 지향점을 찾을 수 있었다.

 

 주변 뿐만 아니라 특히 집안에서도 의외로 대화가 꽉 막혀 답답함을 매번 느끼고 있던 나에게는

큰 위안이었기에 함께 그 내용을 될 수 있으면 주변과 많이 나누고 싶었다.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고 내가 말하고자 했던 것들에 대해 주장만 하다 지쳐 떨어지곤 했던 나에게 그녀는 표현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말들이었기에 그렇게 다시금 나를 새롭게 표현하며 주변을 대하고 싶었다.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또는 당장 나와는 상관이 없다는 이유로 보통 우리는 상식에 반하는 일들을 보고서도 그저 지나치거나 애써 외면하곤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일들에 대해서 분노하고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우리는 이를 대해야 하고 또 소리쳐야 하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 때론 뜨끔할 정도로 때론 유머를 섞어가며 우리가 접하는 근래의 일들에 대해서 자기 생각을 보통의 언어로 전해준다. 술술 읽히고 금새 나 같은 경우는 감정이입이 자연스레 이뤄졌다. 이렇게 나와 같은 입장에 서있는 분을 만나는 것도 정말 큰 행복이고 감사한 일이다.

 

 필명에서 언급한 강남은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의미하는 바는 예사롭지가 않을 것이다. 스스로이든 아니면 타자가 붙여줬던 간에 이 사회에서 그 지역이 가지는 의미는 다름아닌 권력일 것이다. 다른 곳보다 높은 지위, 금력, 천정부지의 땅값 등이 갖는 그 힘은 곧 바로 권력인 것이다. 실제 이러한 권력을 소유한 이도 많겠지만 그 지역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스스로를 되돌아 보지 않으면 그 권력의 일원인양 자신도 모르게 그 맛에 취해 자신의 정체성은 둘째치고 살아가는 삶 자체 또한 허상으로 채워질 것이 분명하다.

 

 스스로 밝힌 것 처럼 그런 환경 속에 그녀 또한 있을 것이지만 최소한 그녀는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고 그 애정을 무시하는 일들에 대해서 분노하는 것을 보노라면 더욱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이런 분들이 대부분이라면 그녀가 이런 글들을 내야 할 일도 없을 것이다. 삶을 관조하며 가족들과 생활속에서 느끼는 행복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오히려 그녀에겐 더 어울릴 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그녀를 편하게 두지 않는 이 시절이 예사롭지 않은 것이다.

 

 

 어쨌든 그녀에게 우선 감사할 일이다. 하지만 또 감사할 일이 아니다. 사실 이게 어찌 감사할 일인가? 너무나 당연한 처세이고 삶의 양식이 되어야 할 것이지만 그만큼 지금의 우리 사회, 시절이 너무 왜곡되어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나는 이른바 중산층이다. 평범한 인간으로서 욕망을 갖고 있고 잘살고 싶다. 가족과 함께 촛불 아래서 고기를 자리고 있을 때 한쪽에선 해고 노동자가 목숨을 버리는 현실에 대한 죄의식, 내 아이들 해외 여행 다닐 때 비싼 등록금을 벌기 위해 하루 종일 아르바이트를 뛰고도 삼각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대학생들에 대한 죄의식, 졸업하고 나서도 학자금 대출 빚에 짓눌리고 비정규직을 헤매는 젊은이들에 대한 죄의식….. 적어도 내가 잘못하지 않은 것들로 인해 느끼게 되는 수많은 죄의식에서 놓여나 마음 편하게 살고 싶다. (P22) “

 

 그녀가 말하는 것처럼 급진적인 변화나 세상이 뒤집어지길 원하는 것을 나 또한 원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똑같이 잘 살수 있다고 믿을 만큼 순진하지도 않다. 그저 힘 있는 자가 약자를 짓밟지 않는 사회, 약자에게 조금 더 배려하는 사회, 누구에게나 기회를 주는 사회, 국가와 사회가 나를 버리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주는 나라의 국민이고 싶을 뿐인 것이다.

 

아주 기본적인 이런 생각을 가지는 것도 무슨 지사(志士)처럼 비추이고 그것을 이야기 하면 더더구나 이상하게 보는 그런 사회가 과연 얼마나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것일까? 침묵하는 사회 소수만이 이야기하고 대다수는 그저 생업(?)에만 전념하면 과연 그녀가 밝히는 최소한의 양식있는 사회가 올 수 있는 것인가?

 

멧칼프(Metcalf)의 법칙이란게 있다. 네트웤상에 연결된 사용자 수의 제곱만큼의 효용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깨어있고 올바르지 못한 것에 대해서 분명하게 이야기 하는 이들이 그만큼 서로 연결되어 나간다면 그 힘 또한 똑 같은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나는 본다. 그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그것과 같은 말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녀와 같은 이들은 많이 나와야 한다. 그녀가 달리 보이는 게 아니라 수많은 그녀()들이 나와 그게 상식이 되고 오히려 침묵하는 이들이 비상식이 되고, 비상식을 강요하는 일부 인사(그룹)들이 사회의 암적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이 우리가 만들고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사회인 것이다.

 

책 속에 발견한 이야기. 사실 뜨끔했다. 나 또한 이 부류에서 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이른바 먹물들은) 아무리 진보가 어떻고 소수 약자가 어쩌고 해도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그들이 겪은 고생, 고통이 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위급한 순간에는 뒤로 물러선다. (P164)”

 

하지만, 궁극적인 해답을 내 놓기전에 단계적으로 보면 위 언급한 먹물들이 최소한 비상식적인 시스템을 걷어내고 상식이 작동하는 분위기는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그 이후 체계화 시스템화하는 것은 말 그대로 체화된 이들의 몫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어제는 영화 ‘26을 두 아들과 함께 보았다. 그 시절을 가까이서 겪어 온 세대인 내가 다시 봐도 끔찍했다. 아이들이 영화내내 끔찍해 하였다. 끝나고 난 뒤에 두가지를 이야기 해 주었다. 실제 그 일을 당한 이들은 더 참혹했다는 것과 이른 사실을 제대로 알게 되면 불편해 지는 것은 당연한 감정이라고. 소위 말하는 불편한 진실을 접할 때의 감정을 그들이 조금은 느꼈을 것이다. 희망을 이야기 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전해줘도 모자를 판에 이런 아픈 역사를 그들에게 알려줘야 하나 하는 슬픈 생각이 저녁내내 들었다. 하지만 어쩌랴! 멧칼프의 법칙, 개미의 힘, 나비 효과 등을 염두에 둔다면 그녀가 해 온 것 처럼 나 또한 생활 속에서 (먹물의 한계가 있을 지언정) 이런 애라도 써야 하지 않겠는가?

 

굽이굽이 흐른다는 역사의 물줄기 속에서 조금이나마 그녀나 나나 이런 류의 정성이 모아져서 발전해 나가길 난 소망한다. 받은게 많은 내가 최소한의 미안함이라도 느끼지 않고 뻔뻔할 정도로 맘 편하게 살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와 같이 행복하게 살기를 소망하기 때문이다그러려면 그녀가 꿈꾸는 올 12월 그리고 내년 5월이 반드시 와야 할 것이다. 기다리지 말고

 

함께 만들어 가보자.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