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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힘이 세다

코스모스(COSMOS)


'코스모스(COSMOS)'

 코스모스(COSMOS)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그 모든 것이다. 코스모스를 정관(靜觀)하노라면 깊은 울림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코스모스를 정관한다는 것은 미지중 미지의 세계와 마주함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울림, 그 느낌, 그 감정이야말로 인간이라면 그 누구나 하게 되는 당연한 반응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본문중)

 

 '인류라는 존재는 코스모스라는 찬란한 아침 하늘에 떠다니는 한 점 티끌에 불과하다'고 보지만 저자인 칼 세이건은 젊고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으로 충만하며 용기 또한 대단해서 '될 성 싶은 떡잎'임에 틀림이 없는 특별한 생물 종으로써 인류가 최근 수천년동안 코스모스에 관하여 이룩한 발견의 폭과 인식의 깊이는 예상 밖의 놀라움을 가져다 주었다고 술회한다. 비록 코스모스를 거대한 바다라고 생각하면 지구의 표면은 곧 바닷가이고 직접 바닷물 속으로 들어간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고 그것도 겨우 발가락을 적시는 수준이지만.

 

책을 두번씩이나 정독을 하면서도 내도록 저자의 무한한 상상력과 지적 호기심 그리고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능력에 우선은 압도되었다. 또한 내용에 대한 개괄과 함께 정리하여 일종의 독서 후기를 쓰 보려 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겨우내 밀린 숙제하듯이 해가 바뀌어서야 목차 중심으로 내용을 소개하는 정도에서라도 일단락을 지어 보고자 한다.  

                     

 

 

1. 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


 코스모스는 대부분이 텅빈 공간이다. 코스모스에서 일반적인 곳은 저 고아대하고 냉
랭하고 어디로 가나 텅 비어 있으며 끝 없는 밤으로 채워진 은하 사이의 공간이다.


여기서 은하는 기체와 티끌과 별로 이루어져 있다. 우주의 크기를 가늠해 보면 은하가
대략 1000억개 있고 각각의 은하에는 평균 1000억개의 별이 있다. 즉 모든 은하를 합치면 별의 수는 10의 22 제곱승 만큼이나 존재한다. 이 별들은 쌍성계 (두별이 서로 상대방 주위를 돔) < 항성계(별 셋으로 이루어짐) < 성단(여남은 별이 엉성하게 모여있음) < 구상성단(수백만개의 구성원으로 이뤄짐) 과 같은 천차만별의 항성계의 형태로 존재한다. '대폭발' '빅뱅'으로부터 시작된 우주의 나이 137억년... 대폭발의 혼돈으로부터 이제 막 우리가 깨닫기 시작한 조화의 코스모스로 이어지기까지 우주가 밟아 온 진화의 과정은 물질과 에너지의 멋진 상호 변환이었으며 인류는 이런 멋진 코스모스를 알고자, 더불어 코스모스를 변화시키고자 태어난 존재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2. 우주 생명의 푸가 

 푸가(Fuga) : 동시에 진행하는 여러 선율로 하나의 주제를 체계적으로 모방(대위법)하며 그것들이 합쳐서 짜임새를 이루는 성악곡이나 기악곡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지구에 발을 붙이고 살아왔던 모든 유기 생물들이 단 하나의 어떤 원시 생물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저자도 같은 인식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지구가 생명의 발생과 서식에 있어서 완벽한 조건을 갖춘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초기 생물들 중에서 지구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한 종들은 모두 사라져 버렸고, 우리와 다른 세상에서 진화하고 적응해서 살아남은 물질들은 또한 자기네 환경을 극찬할 것임에 틀림이 없다고 하면서 말이다.

 

 지구 생물학을 음악에 비유하면 단일 주제형식의 음악만이겠지만 수천 광년 떨어진 저 먼 곳의 우주 생물이 들려줄 음악은 10억개의 성부로 이뤄진 은하 생명의 푸가일 것이고 그 것을 듣는다면 화려함과 장엄함에 정신을 잃고 말것이라는 비유를 보노라면 저자의 코스모스에 대한 정관 능력 뿐만 아니라 이를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메세지를 전달하는 능력 또한 뛰어남을 여실히 볼 수 있다.

 

 일본의 헤이케게 이야기 뿐만 아니라 목양견, 젖소, 옥수수등에서 인위 도태를 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서 식물과 동물의 외형적 특성과 행동 형질등이 그대로 유전된다고

예를 들고 있다. 자연도태와 더불어 영겁의 세월 속에서 생명의 소리를 더 아름다운 음악 작품으로 조탁해 온 것이 진화이며 이는 이론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말과 함께.

 


3. 지상과 천상의 하모니

 절대 불변의 행성에 사는 경우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세상의 중간 어디쯤엔가
우리는 서 있기에 과학을 한다는 이야기. 예전의 점성술, 케플러, 뉴턴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특히 저자는 케플러와 뉴턴의 경우는 인류 역사의 중대한 전환을 대표하는 인물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비교적 단순한 수학 법칙이 자연 전체에 두루 영향을 미치고, 지상에서 적용되는 법칙이 천상에서도 똑 같이 적용되며, 인간의 사고방식과 세계가 돌아가는 방식이 서로 공명(共鳴)함을 밝혔기 때문이다.

 

 케플러의 법칙

 제 1법칙 : 행성은 타원 궤도를 따라 움직이고 태양은 그 타원의 초점에 있다.

 제 2법칙 : 행성과 태양을 연결하는 동경은 같은 시간 동안에 같은 넓이를 휩쓴다.

 제 3법칙 : 행성의 주기를 제곱한 것은 행성과 태양 사이의 평균 거리를 세제곱한 것에 비례한다.

 


4. 천국과 지옥


 지구의 변화를 볼 때 우리가 살아가는 일생을 기준으로 본다면 그것은 아주 천천히
일어날 것이다. 즉, '평온과 고요의 지구'라고 할 수 있겠지만 46억년이라는 지구의 나이와 같이 긴 세월로 본다면 '격동과 소란의 행성'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수백만년 전 인류가 오랜 진화과정의 끝에 등장했을 때 지구는 46억년의 세월을 이미 보내고 중년기의 안정을 찾은 시점이었지만 현대에 이르러 인류가 가진 지능과 기술이 기후와 같은 자연 현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됨에 따라 무지와 자기만족의 만행을 행할 것인가? 좀 더 긴 안목으로 미묘하면서도 복잡한 생명 유지의 전 지구적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보호하려고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저자는 던지고 있다.

 


5. 붉은 행성을 위한 블루스


 화성의 생명 찾기 이야기. 지구에 사는 메뚜기 정도의 지능수준 밖에 안되는 바이킹
을 통한 탐사. 화성에서 수집한 모든 정보는 지구로 송신되고 지구에서 새로운 지시를 보내면 다음 단계의 임무를 수행할 줄도 안되는 바이킹(1976, 궤도선과 착륙선으로 구성)이지만 이를 통해 화성의 생명 존재 여부에 대한 탐험 이야기가 흥미있게 펼쳐진다.

 

 화성과 같이 지구 이외의 행성에서는 생명이 물과 탄소가 아닌 다른 물질로 만들어지지나 않았을까 하는 질문에서는 똑 같은 궁금증을 가졌던 지라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즉, 사람이 탄소와 물을 기초로 하는 생물인 것은 생명이 처음 태어날 즈음의 지구가 탄소와 물이 가장 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6. 여행자가 들려준 이야기


 가끔씩 내가 상상하는 모습과 똑 같은 이야기가 언급되어 있다.

 " 지루한 지구에서부터 한참 높이 올라가서 지구를 내려다보면 대자연이 과연 한 점 먼지에 불과한 이 지구에 자신의 아름다움과 온갖 가치를 다 퍼부어 놓았는지 가늠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고공에서 지구를 내려다볼 수만 있다면 집을 떠나 먼 나라로 여행하는 사람들처럼 우리도 집안 구석에서 이루어진 일들의 잘잘못을 더 잘 판단할 수 있을 것이며, 더 공정하고 올바른 평가를 내려서 결국은 모든 것들에 합당한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지구만큼이나 사람들이 잘 살고 있고, 잘 꾸며진 세계가 한둘이 아니라 여럿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이 세상 사람들이 위해하다 일컫는 것들에 찬미를 보내지 아니하게 되고, 또 일반 사람들이 정성을 쏟아 추구하는 자질 구레한 것들을 오히려 하찮게 여기게 될 것이다. - 크리스티안 하위헌스 「천상계의 발견」, 1690년경

 


7. 밤하늘의 등뼈


 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인류는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살아왔다. 생물학에서의
반복설처럼 개개인의 지적 성숙과정에서도 반복설이 성립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즉,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조상들이 해 온 사고의 과정들을 되풀이하면서 하나의 개인으로 성장해 나간다는 것이다.

 

 탈레스는 유클리드로 연결되고, 유클리드는 아이작 뉴턴으로 연결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탈레스는 신들이 세상을 만든 것이 아니고, 자연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물리적 힘의 결과로 만물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했었고, 이는 당시(기원전 6세기) 사고의 근본을 뒤흔드는 발상의 대전환이었다.

 


8. 시간과 공간을 가르는 여행


 공간과 시간을 서로 얽혀 있다. 시간적으로 과거를 보지 않으면 공간적으로 멀리 볼
수가 없다. 지금 이 순간에 우리가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어떤 천체를 들여다 보고 있다면, 시간적으로 그 천체의 과거 모습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태양에서 우리 은하의 중심까지가 3만 광년이고 우리 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나선 은하인 안드레메다자리의 M 31까지는 200만 광년이나 된다. 오늘 우리가 M 31에서 보는 빛이 지구를 향해 출발했을 당시 지구에는 인간이 단 한명도 없었다는 얘기가 된다. (같은 방 안에서 나와 3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앉아 있는 친구를 바라본다면, 나는 사실 그의 '지금' 모습이 아니라 1억분의 1초 전의 '과거'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단, 하루의 무상한 삶을 영위하는 하루살이들의 눈에는, 인간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지겹게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는 한심한 존재로 보일 것이다. 한편 별들의 눈에 비친 인간을 삶은 어떤 것일까? 아주 이상할 정도로 차갑고 지극히 단단한 규산염과 철로 만들어진 작은 공 모양의 땅덩어리에서 10억분의 1도 채 안되는 짧은 시간 동안만 반짝하고 사라지는 매우 하찮은 존재로 여겨질 것이다.

(상상이 가는가?...)


 

9. 별들의 삶과 죽음


 
- 별은 주로 수소로 된 성간 기체와 소량의 성간 티끌이 뭉쳐서 만들어 진 것이다. 수소는 대폭발에서 만들어졌지만 수소를 제외한 나머지 원자들은 모두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원자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의 저 깊숙한 내부(전자 구름속)는 양성자들과 전기적으로 중성인 중성자로 구성된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핵력으로 유지되며 물질들을 이루는 원자들은 외곽부의 전자구름(음전하)사이의 척력으로 서로간 전자구름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지 않게 한다.

 

 우주 어디를 보든 존재하는 물질의 99퍼센트가 수소와 헬륨이다. 생명의 기원과 진화는 별의 기원과 진화와 그 뿌리에서부터 서로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첫째, 우주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원소들의 원자 번호에 따른 상대 함량 비율의 분포가 별에서 합성되는 원소들의 상대 함량과 딱 들어맞기 때문에 그것들이 모두 적생 거성과 초신성이라는 특별한 용광로와 도가니에서 제조됐음을 알 수 있다.

 

둘째 지구상의 어떤 동위 원소는 태양이 태어나기 직전에 근처에서 초신성의 폭발이 있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초신성에서 유래한 충격파가 성간 기체와 성간 티끌로 구성된 성간운을 통과하면서 그곳의 밀도를 증가시킴으로써 중력 수축이 유발되었고 그 결과 태양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셋째, 생명의 탄생에서 별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새로생긴 태양에서 쏟아져 나온 자외선 복사가 지구 대기층으로 들어와 거기 있던 원자와 분자에서 전자를 떼어내면서 대기중에는 천둥과 번개가 난무하게 되었고 이것이 복잡한 유기 화합물들의 화학반응 에너지원으로 작용했다. 이 과정에서 생명이 태어난 것이다.

 

넷째,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생명활동이 결국 태양의 빛을 받아서 빛 에너지를 화학 에너지로 변환시킨다.

끝으로 유전의 관점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자연은 돌연변이를 통해서 생명의 새로운 존재 양식을 찾아내는데 고에너지의 우주선 입자들이 돌연변이를 촉발하기도 한다.

 

암흑 성간운들, 초거성, 적색거성, 백색왜성, 신성, 초신성, 중성자별, 블랙홀등을 상상하노라면 결국은 우리를 구성하는 물질, 우리의 내면과 겉모습, 그리고 인간 본성의 형성 기제 모두가 생명과 코스모스의 깊은 연계에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10. 영원의 벼랑 끝


 
- 빅뱅이라 불리는 대폭발의 순간으로부터 우주는 시작이 되었다. 왜 그런 폭발이 있었는지는 신비중의 신비로 남지만 현존 우주에 잇는 모든 물질과 에너지가 대폭발의 순간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밀도로 모여 있었을 것이다. 그 상태는 부피를 전혀 가지지 않는 수학적 의미의 점 즉, '우주의 알'이다.

 

 우주 팽창과 대폭발 이론이 옳다면 좀 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대폭발의 순간은 어떤 상태였고 이전의 상황은? 그 당시 우주의 크기는? 어떻게 물질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던 우주에서 갑자기 물질이 생겨났는가? (이런 곤혹스런 설명을 신의 몫으로 넘기기도 하는게 여러 문화권의 공통된 현상이다)

 

 영원무궁의 팽창우주일까? 아미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진동우주일까? 2차원의 세계에서 3차원이 이해가되지 않듯이 3차원의 시각이 아닌 4차원 즉 중심도 경계도 없는 '초구체(hypersphere)로 본다면 왜 은하들이 우리로부터 달아나는 것같이 보이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우주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계층구조(hierarchy of universes)'를 이루고 있다고 제안한다. 즉, 전자같은 소립자도 나름의 닫힌 우주이다. 그 안에 그 나름의 은하들이 우글거리고 은하보다 작은 구조물들도 있고 또한 소립자도 있다. 또한 그 소립자 또한 하나의 우주이다. 이 계층 구조는 한없이 아래로 내려간다. 반대로 위로도 끊임없이 연결된다. 은하, 별, 행성, 사람으로 구성된 이 우주도 바로 한 단계 위의 우주에서 보면 하나의 소립자에 불과할 수 있다. 이러한 계층 구조는 무한히 계속된다.

 

 우리 우주외에 또 다른 우주가 있다면?... 그곳에 진입하려면 어떻든 4차원으로 '길'을 내야 할 것이다. 블랙홀이 그 길로 데려가 줄 수 있지는 않을까?

 


11. 미래로 띄운 편지


 
- 인류보다 고등한 지적 생물이 살고 있다고 생각되는 세상이 은하수 은하에만도 100만개에 이른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수의 세상들중 지구라는 존재는 표면이 온통 물로 덮여 있는 아주 진귀한 존재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지적 생물들 중에서 가장 우월하고 가장 거대한 몸체를 자랑하며 깊은 바다의 우아한 주인으로서 고도의 지능을 소유한 존재는 고래이다.

 

 흰긴수염 고래는 길이가 30미터, 몸무게가 150톤에 이르는 것도 있다. 고래는 사회적 존재로서 20헤르츠의 소리를 아주 크게 내면서(바다에서 이렇게 낮은 주파수의 소리는 거의 흡수되지 않는다) 광대무변의 심해에서 1만 5000킬로미터나 떨어진 동료들과 대화할 수 있는 지구적 규모의 통신망을 구축하고 살아왔다. 물론 19세기경 등장한 상선, 군함등으로 인한 소음으로 고래들의 교신가능 거리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지금은 수백킬로미터로 줄어들었다. 인간의 문명이 고래들의 관계를 단절시켜 놓은 것이다.

 

 하나의 종으로서 우리 인류는 외계의 지적 생물과의 교신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와 같이 지구에 살고있는 다른 지적 생물과의 교신부터 먼저 진지하게 시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12. 은하 대백과 사전


 
- 과연 성간 공간에도 '로제타석'이 있을까?(저자는 성간 로제타석이 있다고 보고 있다)

 

  '로제타석' : '라시드(Rashid)의 돌'이라고 해야 맞다. 아랍어에 무지했던 유럽인들이 나일 삼각주에 위치한 마을인 라시드를 잘못 부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외계 공간으로부터 온 전파 신호는 해독이 가능할까? 아무리 다른 문명권이라 해도 그들과 우리 사이에는 공통의 언어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과학과 수학이다. 자연의 법칙은 우주 어디를 가든 동일하다.  우주 어디의 물질이든 같은 종류의 원소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원자의 빛 흡수 방출 과정은 우주 어디를 가든 우리가 알고 있는 양자역학의 기본 원리로 모두 설명할 수 있다. 지구에서 발견된 자연의 모든 법칙이 우주 어디에서나 성립하므로, 별들 사이를 가로질러 우리에게 온 메시지도 반드시 해독할 수 있을 것이다.

 

 행성 지구에서 가장 큰 전파.레이더 천문 관측 시설은 푸에르토리코 섬에 있는 아레시보(Arecibo)전파.레이더 천문대이다. 이 천문대는 우주로부터 오는 외계 문명의 신호를 검출하는데 쓰였을 뿐 아니라 단 한 번 뿐이었지만 M13이라는 구상 성단에 우리의 메세지를 보내기도 했다.

 

 우리 은하에 외계 문명이 수없이 많으며, 그 하나하나마다 지구와는 깜짝 놀랄 정도로 다른 형태의 생물들이 살지도 모른다. 그들이 생각하는 우주는 우리가 생각하는 바와 다를 것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우주와 우리가 생각하는 우주가 함께 담겨있는 '은하 대백과 사전" 은 광막한 성간을 통해 이뤄진 대화를 통해 만들어질 것이다.

 

13. 누가 우리 지구를 대변해 줄까?


 
- " 지구 도처에서 끔찍한 음모를 꾸미고 끝없는 바다를 정복한다고 법석을 떨면서, 우리는 수없이 많은 전쟁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가 그런 짓을 하면 할 수록 지구의 모습은 바깥 세상의 천체들에 비해서 더욱더 초라해 보일 뿐이다. 제왕과 왕자들은 반성할 지어다. 그대들은 하나의 점에 불과한 그래서 어쩌면 불쌍해 보이기조차 하는 보잘 것없는 한구석의 주인이 되고자 그렇게도 많은 인명을 희생시켜야만 하는가?

 - 크리스티안 하위헌스, 『천상계의 발견』, 1690년경

 

 우주에서 벌어졌던 진화의 단계를 차근차근 이해하노라면, 거대한 '수소 산업'의 최종 산물로서 태어난 생물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한 존재임을 확실히 알게 될 것이다. 인류는 우주 한 구석에 박힌 미물(微物)이었으나 이제 스스로를 인식하고 자신의 기원을 더듬을 줄도 알고 별의 물질에 대해서도 숙고할 줄 알게 되었다. 또한 수많은 원자들이 결합한 하나의 유기체가 원자 자체의 진화를 꿰뚫어 생각하게도 되었다. 우주의 한 구석에서 의식의 탄생이 있기까지 360만년, 46억년 그리고 150억년. 수소의 재에서 시작한 인류가 광막한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지금 여기에 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종으로서의 인류를 사랑해야 하며, 지구에게 충성해야 한다. 아니면 그 누가 우리의 지구를 대변해 줄 수 있겠는가? 우리의 생존은 우리 자신만이 이룩한 업적이 아니다. 그러므로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인류를 여기에 있게 한 코스모스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

 

 13개의 주제로 펼쳐진 코스모스는 결국은 지구와 인류애에 대한 내용으로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생명의 기원을 쫓아 올라가다보면 결국은 별의 탄생과의 연관성을 찾게 되니 우주 삼라만상 하나하나 생명체 모두가 곧 우주라는 말과도 통하는 면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가 남긴 코스모스에 대한 깊은 성찰과 호기심 그리고 이에 대한 존경심등이 책속 곳곳에 남겨져 있다. 삶에 대해서, 내가 살고 있는 지구 행성에 대해서, 그 지구가 속한 태양계, 우리 은하 그리고 그 너머의 또 다른 은하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모든 이들에게 권한다. 저자 칼 세이건(1996년 12월 20일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 그가 간 저 세상은 또 어떠한 세상일까? 거기 또한 그가 그토록 경외해마지않던 코스모스의 한 부분이 아닌지...